[전문] 시민단체, 곰탕집 성추행 사건 2심 판결에 발끈 "피해자 편향적"

입력 2019-04-26 15:38
수정 2019-04-26 15:52
곰탕집 성추행 사건 남성 항소심
'징역 6개월→집행유예'
곰탕집 성추행 사건 2심도 유죄
"유죄 맞고 추행 정도 중하지 않아 집행유예"






곰탕집 성추행 사건 남성 항소심
'징역 6개월→집행유예'
곰탕집 성추행 사건 2심도 유죄
시민단체 "법치주의 흔들" 반발<hr />
시민단체가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의자가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데 대해 "법치주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당당위(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위하여)는 26일 항소심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가 여론과 정부의 눈치를 보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난도질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당당위는 이어 "증거가 부족한 데도 불구하고 ‘피해를 주장하는 자가 거짓을 말할 리 없다, 일관적인 진술이 거짓일 리 없다’는 편향적인 관념에 의한 선고됐다"면서 "이는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부산지법 형사3부(남재현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39)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160시간 사회봉사,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 사실을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지 않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폐쇄회로TV 영상을 보더라도 오른팔이 여성을 향하는 점 등을 볼 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판결했다.

이어 "A 씨는 수사기관에서 어깨만 부딪혔고 신체 접촉 자체가 없었다고 했지만, 폐쇄회로TV를 본 후 접촉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고 말하는 등 진술 일관성이 없다"며 "A 씨가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증인도 사건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것은 아니어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네티즌들은 항소심 유죄 판결에 "증거가 없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신발장에 가려 남자의 손이 만졌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근데 처벌 한다고?", "신발장 뒷쪽으로 빠져 나오면서 몸을 약간 엘리베이터 쪽으로 옮기면서 손이 살짝 엉덩이에 부딪힌건 사실인 것 같다", "안 만졌다는 증거는 없지만 만졌다는 증거도 없다. 그런데 유죄라는게 놀랍다", "도대체 증거주의라는 대원칙은 어디로 갔나? 성추행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누가봐도 저 영상은 추행을 했는지가 불분명한데,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판결을 내리는 게 정상 아닌가"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시민단체 ‘당당위’ 공식 성명 전문

2019년 4월 26일 오늘, 당당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었던 곰탕집 사건의 항소심에 대한 선고가 있었습니다. 피고인 측의 구체적인 증거 제시와 변론에도 불구하고, 1심의 결과에서 바뀌지 않은 상태로 집행유예 2년이라는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입니다. 법치주의란 사람이나 폭력이 아닌 법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너무나 피해자 편향적인, 그리고 안일함에서 오는 관념들이 법에 명시된 원칙을 어기게 만들고 있습니다. 원칙을 지켜야 할 법관조차 여론과 정부의 눈치를 보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난도질당하는 것을 보고도 눈감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의 눈에서 흐르는 피눈물을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반복되며 그 어느 때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할 법치주의의 중심이 이제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족한 증거에도 ‘피해를 주장하는 자가 거짓을 말할 리 없다, 일관적인 진술이 거짓일 리 없다’는 편향적인 관념에 의한 선고는 법치주의를 위협하였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중심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만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행동했습니다. 우리는 거리로 나가 목소리를 내었고, 소외된 자를 일으키며, 눈속임으로 우리를 기만하는 자를 비판하였습니다. 세 번의 집회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 곧 나의 나라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을 외쳤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눈과 귀를 막은 그들에게 닿기에는 조금 부족했나 봅니다. 우리의 염원과는 달리 그들은 결국 무너지는 법치주의를 바로세우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리는 길을 택하였습니다. 그들의 행위는 이후 무너진 법치주의와 계속된 사법불신에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심판받게 될 것입니다.

당당위는 오늘의 결과에 체념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시작이었던 사건의 마무리를 보고 있지만, 이것이 마무리로 끝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오늘 느끼는 이 감정은 이후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59년 전 오늘은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4·19 혁명이 종료된 숭고한 날입니다. 그 날의 영웅들은 어떠한 탄압에도 나라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의 이념을 넘겨주었습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로 어떠한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소리를 내며, 법치주의를 지켜 후손에게 넘겨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