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 주가가 45% 급등한 이유

입력 2019-04-25 08:18
수정 2019-05-12 00:30

애플은 지난 1월2일 15년 만에 처음 분기 매출 전망치를 대폭 낮췄었습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등 중화권에서 경제 둔화 수준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지요. 다음날인 3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의 주가가 주당 142.19달러(약 16만3347원)까지 폭락했습니다.
그랬던 애플의 주가는 24일 207.16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100여일 동안 45% 급등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23일 미 1위 통신사 버라이즌의 보고서를 인용해 1분기에 새 단말기로 교체한 고객의 비율이 사상 최저인 4.4%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2017년 4분기만 해도 7.2%였던 게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아이폰 판매가 늘어나고, 애플의 실적이 부활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주가가 급반등한 건 올 초부터 살아난 위험자산 선호 현상 탓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경제 전문가로부터 이런 미국의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난 거시 경제 배경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2019년 미국의 거시 경제의 중요한 테마로 ①인플레이션보다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②기준금리 인상보다는 인하 ③침체보다는 소프트랜딩 등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①인플레이션보다는 디스인플레이션

미국의 물가는 왜 오르지 않는 것일까요. 지난해 2분기 성장률이 4.2%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미 중앙은행(Fed)이 핵심적으로 보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급은 늘어난 변면, 수요(소비)는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공급에 있어선 테크니컬 디스럽션(아마존 등 전자상거래를 통해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공급), 미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 등으로 증가했다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수요는 1970년대 이후 소비를 주도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그리고 Fed의 과도한 긴축 탓에 감소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Fed의 경우 2014년부터 250bp 금리를 올렸을 뿐 아니라 보유 자산을 4조6000억달러에서 3조8000억달러까지 줄여 약 50~100bp의 금리인상 효과를 추가로 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적으로는 가장 완화적이었던 시점보다 3% 이상 금리가 오른 상황으로 해석하면 된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세로축은 P(가격), 가로축은 Q(생산량)으로 구성된 수요공급 곡선 그래프에서 총공급곡선 S는 우하방으로 이동했지만 총수요곡선 D가 좌하방으로 움직이면서 Q는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P는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②기준금리 인상보다는 인하

Fed가 물가 핵심 지표로 보는 PCE 인플레이션은 1번 요인에 따라 지난 7년동안 물가목표치인 2%에 평균 약 70bp 가량 미달한 상황입니다. 이를 누적적으로 따져보면 현재 약 500bp가 넘는 인플레이션 갭이 발생한 겁니다.

여기에 1번에서 설명했던 실질적으로 3%가 넘는 금리 인상 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Fed는 금리를 인상하기보다는 인하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③침체보다는 소프트랜딩

그는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는 침체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 그리고 디스인플레이션 상황, Fed의 완화적 기조 전환 등을 감안할 때 2%대 성장이란 소프트랜딩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의 말대로 이런 거시 경제 환경이 이어진다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유효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