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버리, 파킨슨병 치료제 기술수출 '눈앞'

입력 2019-04-24 17:39
"다국적 제약사 3곳과 기술이전 논의 중
항암제 공동개발도 추진"


[ 임유 기자 ]
“시장이 우리 회사를 주목하는 이유는 특별한 약물 전달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사진)는 “20여 년간 천착한 끝에 자체 개발한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은 여러 세포를 돌아다니며 약리 작용을 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더 나은 기술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201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성장성 특례 1호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주목받았다. 성장성 특례 상장은 전문기관의 기술성 평가 없이 상장주관사가 상장 후 6개월 동안 일반 투자자에게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부여하는 부담을 안는 제도다. 주관사가 그만큼 이 회사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질병 90% 이상이 타깃 가능”

조 대표는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교수로 근무하던 2001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바이오테크놀로지에 TSDT 관련 논문을 처음 실었다. 우연히 발견한 세포막 투과 펩타이드(aMTD)가 세포막을 뚫고 여러 세포를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생체 내 연속 전송’이라고 한다. 그는 “많은 연구자가 세포 깊숙한 곳까지 약물을 전달하기 위해 엑소좀, 리포좀, 바이러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다른 기술은 세포 간 연속 전송이 불가능하거나 효율이 떨어져 좁고 얕은 부위의 병변에 약물을 전달하는 데 그친다”고 했다.

그는 이 기술이 항체치료제, 재조합단백질 등 바이오의약품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바이오의약품은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혈관에서만 작용한다. 조 대표는 “질병의 90% 이상은 세포 안에 원인이 있다”며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과 결합하는 약물을 aMTD가 끌고다니면서 문제가 있는 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세포막 투과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올초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완성했다. 미국 특허도 등록했다. 조 대표는 “aMTD에 항체나 단백질을 붙이면 신약이 된다”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다국적 제약사와 폭넓은 협력이 가능하다”고 했다.

혈뇌장벽 투과도 잘돼

셀리버리는 파킨슨병 치료제, 췌장암 치료제, 고도비만 치료제, 골형성 촉진제 등을 개발 중이다.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은 뇌질환 치료제 쪽이다. TSDT가 뇌질환 치료제의 가장 높은 장벽으로 여겨지는 혈뇌장벽(BBB) 투과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파킨슨병 파이프라인 ‘iCP-Parkin’은 뇌조직에 쌓여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조 대표는 “퇴행성 뇌질환은 뇌세포에서 생긴 나쁜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발병한다”며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 대다수가 세포 바깥의 나쁜 단백질만 없앨 수 있어 근본적인 치료제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췌장암 파이프라인 ‘iCP-SOCS3’는 약리물질이 췌장암 세포에 집중되는 기전을 바탕으로 전임상에서 암 전이를 90%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다국적사 3곳에 기술수출 논의

조 대표는 “임상 2상 때까지 기술이전에 성공하지 못한 파이프라인을 과감히 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다국적 제약사가 사갈 만한 파이프라인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셀리버리는 해외 제약사 3곳과 파킨슨병 치료제 기술수출 협상을 하고 있다. 그는 “2017년 다국적 제약사 한 곳과 기술이전을 위한 독점적 협상계약을 맺고 협의하고 있다”며 “다른 두 곳은 기술이전 검토를 위해 파이프라인을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췌장암 파이프라인도 동물시험을 마친 뒤 중국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TSDT 수요도 많다. 그는 “뇌질환 치료제나 항암제를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