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車노조, 파업 아닌 '고통분담'해야 일자리 지킬 수 있다

입력 2019-04-24 17:30
국내 자동차산업을 짓누르고 있는 ‘노조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대체근로 허용 등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고, 한국GM 노조는 연구개발 분리법인의 조합원 대상 찬반 투표를 통해 쟁의행위를 가결시켰다. 르노삼성은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가뜩이나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신음하는 완성차 업계가 노조의 ‘파업 쓰나미’로 이대로 주저앉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파업이 확산되면 ‘생산절벽’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게 뻔하다. 지난 1분기 생산량 95만4908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자동차산업 생태계 유지 ‘마지노선’인 연 400만 대 생산체제 붕괴도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지난해 자동차산업 고용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터다.

해외의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자율주행차 투자 확대 등 구조조정과 혁신에 여념이 없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완성차와 반도체 업체 간 합종연횡도 경쟁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이 흐름에서 도태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울 것이란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파업까지 덮친다면 자동차산업은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조가 반대한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사업장 점거 금지, 쟁의행위 기간 대체근로 금지 규정 삭제 등을 담고 있다. 국회가 개정안을 빨리 관철시켜서라도 노조 리스크를 줄여 자동차산업을 일단 살려 놓고 보는 게 급선무다. 노조 스스로도 지금은 파업을 벌일 게 아니라 고통분담을 자청해서라도 일자리를 지켜야 할 때란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