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에 사서 폭락할 때 팔아
[ 설지연 기자 ]
‘벤처투자의 큰손’으로 불리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1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사실이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손 회장이 2017~2018년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1억3000만달러(약 1494억원)를 날렸다고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손 회장은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찍었던 2017년 말 대량 매입했다가 2018년 초 가격이 폭락할 때 매도해 막대한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12월 BTC당 2만달러(약 2298만원) 수준에 육박했다가 이후 급락했다. 최근에는 BTC당 5600달러(약 644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자산운용사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의 피터 브리거 공동회장의 권유로 비트코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는 2013년부터 1억5000만달러가 넘는 자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손 회장의 비트코인 투자 실패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부유한 투자자들조차 가상화폐 광풍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손 회장 자산은 190억달러에 달해 손실이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투자자로서 그의 명성에는 흠집이 났다”고 했다.
손 회장은 1999년 마윈 중국 알리바바 회장을 만나 단 6분 만에 2000만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일화로 유명하다. 이후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를 8000만달러까지 늘렸고, 10여 년간의 투자로 8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또 2017년부터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해 우버, 위워크 등 세계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장기 투자를 해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