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업계가 '등산복=중년복'이라는 공식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랙야크는 최근 기능성 스트레치 소재를 접목해 활동성과 착용감을 높인 청바지를 출시했다. 그동안 청바지는 신축성과 착용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등산할 때 가장 기피해야 할 옷 중 하나로 꼽혀왔다. 물과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 레이저 워싱 기법을 사용해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 것도 이 청바지의 특징이다.
아웃도어 업체 중 청바지를 가장 먼저 내놓은 곳은 아이더다. 아이더는 지난해 여름 무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아이스 데님 팬츠'를 출시했다. 평소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청바지를 생활복 처럼 입는다는 것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핏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레귤러 핏부터 슬림 핏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여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스 데님 팬츠의 인기가 높자 올해는 '아이스 에어 데님'과 '아이스 폴로 티셔츠' 등으로 제품군을 늘렸다.
K2는 전통적으로 통이 넓었던 여성용 등산바지 모양을 아예 슬림하게 바꿨다. 20대 여성 소비자들이 슬림한 핏의 바지를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K2의 '하이킹 타이즈'는 신축성이 우수한 소재를 활용해 활동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기존 아웃도어 등산 바지보다 슬림한 실루엣이 특징인 제품이다.
네파도 여성 소비자들이 등산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아웃도어 의류를 입을 수 있도록 레깅스를 출시했다.
신선철 아이더 마케팅 팀장은 "젊은 소비자들은 기능성 못지 않게 핏, 디자인 등을 고려한 세련된 옷을 입기를 원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아웃도어 업체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결합한 상품으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업계가 이처럼 소비자층 확대에 나선 이유는 정체된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국내 아웃도어 의류 시장은 2015년 7조1600억원에서 2017년에는 4조5000억원까지 규모가 급감했다. 한때 아웃도어 의류 시장의 열풍을 이끌었던 캠핑의 열기가 잦아든 데다, 중장년층이 입는 옷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롱패딩 열풍'을 계기로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 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꼭 등산할 때만이 아니라 도시 생활 속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산, 트래킹 등에 치중했던 아웃도어 업체들이 낚시나 스트릿 패션 개발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컬럼비아는 최근 팬츠, 베스트, 슈즈 등으로 구성된 피싱웨어 전문 라인 'PFG' 컬렉션을 출시했고, 밀레는 올해 브랜드 창립 98년 만에 처음으로 피싱웨어 라인을 선보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