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3일(09: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장외시장의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성장성 특례상장(증권사 추천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입성에 도전하고 있다. 바이오 신약 개발기업인 올리패스는 코스닥 상장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했고, 마이크로니들(초미세 바늘)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라파스는 상장예비심사 청구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올리패스는 22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증권사의 추천을 받은 기업에게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인 성장성 특례상장 방식을 택했다.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나는 대로 연내 코스닥 입성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IPO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이 맡았다.
2006년 설립된 올리패스는 장외시장의 바이오 대장주로 꼽힌다. 장외시장 호가를 기준으로 한 올리패스의 기업가치는 현재 6000억원대다. 올리패스는 인공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기업으로 비마약성 진통제, 고지혈증 치료제 등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또 탈모증상 개선 샴푸와 화장품 등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5억원, 영업적자 185억원에 순적자 278억원을 냈다. 테슬라 요건 상장(적자기업 특례상장)도 검토했으나 성장성 특례 상장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됐다.
<caption><성장성 특례상장 추진 현황></caption> 기업 진행상황 대표주관사 라파스 상장예비심사 청구 예정 DB금융투자 올리패스 상장예비심사 청구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레인보우로보틱스 상장예비심사 청구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 셀리버리 코스닥 상장 완료 DB금융투자
과거 장외시장에서 3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자랑하며 바이오 대어로 대접받았던 라파스도 성장성 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성장성 특례상장 1호인 셀리버리 IPO를 성공리에 대표주관한 DB금융투자를 새 파트너로 맞았고, 조만간 거래소와 사전협의를 거친 다음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DB금융투자를 대상으로 15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시 전제가 된 기업가치는 약 1300억원 수준이다.
연세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출발한 라파스는 피부 내부로 약물 등을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 개발 및 제조를 주력으로 한다. 의료용뿐 아니라 미용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매출 101억원에 영업손실 38억원, 순손실 42억원을 냈다.
회사는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플래티넘 기술투자, 한국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 중국 복성제약에서도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IPO에서는 지금까지 두 차례 고배를 마셨다. 2015년에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하려다가 자진철회했고, 2017년에는 직상장에 도전했으나 심사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후 주관사를 NH투자증권에서 DB금융투자로 교체, 성장성 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입성 3수에 도전하게 됐다.
처음으로 성장성 특례상장을 시도한 바이오기업 셀리버리가 지난해 11월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한 이후, 성장성 특례상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라는 평가다. 셀리버리의 현재 주가(22일 종가 6만300원)는 공모가(2만5000원)의 2.4배 수준이다.
증권사들도 성장성 특례상장 주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장성 특례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상장 후 6개월 동안 일반 투자자(공모주 청약자에 한함)에게 환매청구권(풋백옵션·공모가의 90% 가격으로 공모주를 사달라고 요구할 권리)을 부여할 의무를 진다. 그럼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합리적인 공모가에 상장시켰을 경우, 감수할 만한 수준의 위험이라는 평가가 증권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DB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가 가장 적극적으로 성장성 특례상장 주관 실적을 쌓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셀리버리를 통해 성장성 특례상장의 첫 성공사례를 쓴 데 이어 라파스를 통한 추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휴보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미래에셋대우와 대신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해 지난 10일 성장성 특례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