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질논란' 케인 Fed 이사 후보 지명 포기

입력 2019-04-23 17:28
수정 2019-04-23 17:35
스티븐 무어도 '논란'



자질 논란에 휩싸였던 ‘친(親) 트럼프’ 인사 허먼 케인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 내정자(사진)가 낙마했다.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정말 훌륭한 사람인 내 친구 허먼 케인이 Fed 이사 자리에 자신을 지명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나는 그의 바람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인도 이날 보수매체 웨스턴 저널의 블로그 기고문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케인은 “Fed 이사가 되면 다른 기업 등의 이사로 활동할 수 없고 방송 출연이나 유료 연설도 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연봉 삭감폭도 컸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기존 미디어 활동만으로도 한달에 400만 명의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Fed에서 경제 성장과 통화정책에 기여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 자리를 모두 포기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Fed 이사는 1년에 18만3100달러(약 2억원)를 받는다.

케인은 대학에선 수학을, 대학원에선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캔자스시티 지역 연방준비은행 이사를 역임한 적이 있지만 코카콜라, 버거킹 등을 거쳐 시카고 피자 체인업체 갓파더스피자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는 등 기업 부문에서 더 많은 경력을 쌓았다. 2011년 흑인으로는 유일하게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연이은 성추문에 경선을 중도 하차했다.

일각에선 상원 인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케인이 스스로 자리를 내려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정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케인이 Fed 이사가 될 경우 Fed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1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2명 이상의 여성들이 성희롱으로 고소한 등 성범죄 의혹도 발목을 잡았다. 밋 롬니 등 공화당 상원의원 중 4명은 케인의 이사 지명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상원 100석 가운데 공화당 소속의원은 53석을 차지한다.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4명만 빠져도 이사직 인준에 필요한 과반수에 미달한다.

케인의 낙마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Fed 이사로 지명한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 역시 최종 임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수 경제학자인 무어는 트럼프 대선 캠프 출신이다. 2002년 보수성향 잡지 ‘내셔널 리뷰’에 기고한 칼럼에서 “외모가 보기 좋지 않은 여성은 운동 경기에서 심판을 맡아선 안 된다” 등 성차별적 발언을 이어와 논란을 샀다. 무어는 20년 전 일이고 농담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 대표는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케인의 실패가 무어 지명자를 승인하는 길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무어도 똑같이 부적격자”라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