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률방] 이혼한 부부의 집을 경매로 사도 될까요

입력 2019-04-23 12:00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 '지분경매'로 나와
공유자에게 우선매수권 있다보니 가격 낮아
우선매수권 청구하지 않는 경우, 싸게 낙찰 가능



한경닷컴이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법률 문제를 쉽게 풀어보는 [부동산 법률방]을 시작합니다. '집'은 인간생활의 기본요소인 만큼 각종 문제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원룸 월세계약부터 아파트 매매계약, 경매, 세금·상속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이나 의문점을 전문가들과 함께 쉽게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두 명 이상이 공동으로 투자한 대표적인 부동산의 예가 있습니다. 바로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입니다. 과거에는 재산을 남편의 이름으로 주로 올려 놨지만, 최근에는 '부부 공동명의'가 많습니다. 부부 사이가 좋고 재산에 기여한 정도를 서로 배려한 경우들이 해당됩니다.

문제는 부부간에 불화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집을 팔아 나누면 문제가 안되지만, 한 쪽은 '팔겠다' 나머지는 '못 팔겠다'고 나오면 골치입니다. 그러다가 한 쪽이 결국 집의 절반을 경매에 내놓는 경우까지 나옵니다. 이를 '지분경매'라고 합니다. 최근 지분경매로 내놓은 사정들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반대의 입장을 보면 어떨까요? 경매에서 아파트를 낙찰 받았는데, 집의 반만 해당되는 셈입니다. 당연히 집주인은 2명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A씨 또한 이러한 경우입니다. A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지난 겨울방학 때부터 경매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나날이 올라가는 집값을 보면서 시세로 매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매로 내집 마련'이라는 단꿈에 빠져 재미를 붙였습니다.

그러던 중 A씨는 다니는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2차 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전용면적 84.41㎡)를 발견했습니다. 최저가격 수준으로 매수하면 시세대비 1억6000만원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규모도 1500 가구가 넘는 대단지였고 초·중·고등학교가 옆에 붙어 있었습니다.

공부한 지식을 총동원해 권리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권리분석을 위해 등기부를 살펴봤습니다.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습니다. 기준권리는 1순위 근저당권이었습니다. 기준권리를 비롯해 등기부에 공시되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소유자(배우자 공동소유)는 2명이었습니다. 배우자 한 사람의 지분만 경매로 나온 상태였습니다. 경매 초보자인 A씨는 이렇게 한 사람 지분만 매수해도 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부동산 법률방 답변]

부동산 법률방의 고준석 교수입니다. 하나의 부동산에 소유자가 2명 이상인 경우가 있습니다. 아파트의 소유권도 배우자와 공동으로 소유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소유권이 2명 이상일 경우, 공동 소유자 한 사람의 지분만 경매에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와 1/2씩 공동으로 소유한 아파트에 대해 1/2지분만 경매하는 것이 '지분경매'입니다.

지분경매의 경우에는 대부분 유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수인이 물건을 모두 인수하는 권리가 없다보니 유찰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공유자(소유자)에게 우선매수권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우선매수권은 다른 소유자가 경매로 나온 지분을 우선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민사집행법 제140조 참조) 쉽게 말해 제 아무리 낙찰을 받아도 우선권은 또 다른 집주인에게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지분경매'인 아파트는 무조건 꺼려야 할까요? 아닙니다. 공유자가 모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공유자가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은 편입니다.

제 아무리 공유자라고 하더라도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절차가 있습니다. 매각기일까지 최고가 매수신고가격과 동일하게 우선 매수할 것을 신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즉시 보증금을 제공하면 우선매수권의 행사가 완료됩니다.(대법원 99마5871 참조) 그러면 최고가 매수신고인이 있어도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공유자가 경매물건을 매수할 수 있습니다. 즉 공유자가 우선적으로 낙찰받게 됩니다. 최고가 매수신고인이 있어도 다른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헛수고가 되는 셈입니다. 때문에 지분경매는 온전한 경매물건에 비해 싸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분경매는 이혼과정에서 '돈' 문제로 다투다가 나오는 물건들이 많습니다. 분쟁으로 인해 나오는 집인데, 또다른 집주인이 최고가를 지불할까요? 그렇기에 지분경매를 통해서 좋은 물건을 싸게 낙찰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낙찰을 받으면 공유자와 협의(매수·매도)를 통해 정산을 하면 됩니다. 다시 경매를 통해 환가할 수도 있습니다. 공유자와 협의가 되지 않으면,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을 통해 그 아파트를 다시 경매에 붙여 매각대금으로 청산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269조 참조).

답변=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네이버 'Go부자')
정리=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