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전세대출 '총공세' 나서…증자 막힌 케뱅은 '후퇴'

입력 2019-04-23 11:08

카카오뱅크가 전·월세대출 고객 유치를 위해 총공세에 돌입했다. 비대면 전·월세대출이 추가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례적으로 고가의 경품 행사를 열고 나섰다. 유상증자가 연기돼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나선 케이뱅크와 현격히 다른 카카오뱅크의 행보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달 15일부터 5월13일까지 한 달간 '전월세보증금 대출 한도조회 이벤트'를 진행한다.

전·월세대출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행사 기간 내 전월세대출 '한도'를 확인하면 추첨을 통해 다이슨 공기청정기(10명),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1000명)을 증정한다.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대출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대출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했다.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모바일로 서류제출이 가능하다.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임대차 계약서가 필요하지만 서류 제출 전에도 한도와 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행사 기간에도 계약서 없이 이사하고자 하는 지역만 입력하면 대출 한도를 조회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측은 "신규 고객들에게 모바일 전·월세대출 신청의 편리함과 서비스 품질을 홍보하기 위해 전·월세대출 프로모션을 열게 됐다"며 "경품으로 전자제품을 마련한 것은 이번 행사가 처음이다. 공기청정기가 봄 이사철에 잘 어울리는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고가의 경품을 꺼내 들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은 비대면 전·월세대출이 추가 성장의 키를 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뱅크가 작년 1월 출시한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작년 말 누적 약정액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3월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의 전월 대비 전세자금대출 증가율이 2~3%대에 머무른 반면 카카오뱅크는 매달 10%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정부가 작년 10월 전·월세보증금 대출 요건을 강화한 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당시 일부 시중은행들은 강화된 대출 요건을 시스템에 적용하지 못해 비대면 전세자금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는 배우자 소득 확인, 주택 소유 현황 등 비대면 확인 절차를 대출 시스템에 즉각 반영해 중단 없이 대출 영업을 이었다.

올해도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기반으로 외형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대출규제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중심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중심으로 변경했다"며 "카카오뱅크는 DSR이 상대적으로 낮은 30~40대 고객 비중이 높아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다. 올해 흑자 전환을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보다 일찍 은행업에 뛰어든 케이뱅크는 대출영업을 축소하고 나섰다. 대주주 심사에 발목이 잡히면서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케이뱅크는 최근 대출상품 6개 가운데 '직장인K 신용대출',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비상금 마이너스통장' 등 3개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케이뱅크 측은 대출 중단이 상품 개편을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간 실탄 부족을 이유로 대출상품의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해왔기 때문이다.

대주주 리스크로 유상증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위원회는 케이뱅크에 대한 KT의 한도초과보유 승인 신청 심사를 중단했다. 대주주 심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KT가 케이뱅크의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막힌다.

당초 케이뱅크는 오는 25일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이를 5월로 연기했다.

금융당국은 심사 중단 사유가 해소되면 심사를 재개한다고 밝혔으나, 공정위 조사의 특성상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현재 추가 자본 확충 없이는 영업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증자를 위해 신규 주주를 영입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