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美 장단기 금리역전, 두려워해야만 할까

입력 2019-04-23 00:15
침체는 금리역전 6~36개월 사이 뒤따라
성급히 판단 말고 경기부양책 지켜봐야

윤제성 < 美 뉴욕생명자산운용 전무·최고투자책임자(CIO) >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락했다. 미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되고, 2년물과 10년물 금리의 격차가 감소했다.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과 그 전망에 대한 투자자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흥분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장기 채권은 장기 대출의 위험을 반영해 단기 채권보다 금리가 높다.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우상향하는 이유다. 역전 현상은 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과 성장률 전망치 하락 때문에 발생한다. 2주 전 Fed는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며 금리 인상 보류를 시사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안전한 국채로 투자처를 옮기기 시작했다. 장기 채권에 대한 높은 수요로 10년물 금리가 3개월물 아래로 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의 지속 기간과 규모는 경제적으로 중요하다. 은행의 대출 의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은행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없고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 없다면 대출은 좋은 거래가 아니다. 역전 현상 이후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평평하거나 다소 평평한 수익률 곡선은 시장의 신호로 중요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 올해 경기 침체를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Fed의 느린 금리 인상 속도는 경제 성장의 안전판으로 작용하고, 이는 위험자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수차례 경기 침체를 경험한 시장은 수익률 곡선의 역전에 반응한다. Fed는 2015년 이후 아홉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이는 단기물 금리를 오르게 했다. 경기가 안정되면서 Fed는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과열 위험이 낮다고 보고 올해 금리 인상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순환을 고려하면 경기 침체는 이런 결정 직후에 찾아온다. 수익률 곡선과 경기 침체의 이 같은 관계는 금리역전을 경기 침체의 전조로 보게 했다.

그 시간적 격차를 알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은 없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는 금리역전 이후 6개월에서 36개월 사이에 뒤따라왔다. 부정적 뉴스가 될 잠재적인 요인을 회피하려고 성급하게 구는 것은 포트폴리오 포지셔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960년대 이후 주식시장은 일곱 차례의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을 경험했으며 그중 여섯 차례는 이듬해 증시가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경우에는 기술적 요인이 금리역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걱정은 줄어들 수 있다. 예컨대, Fed에서 나오는 발언이 투자자들을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게 하고, 결국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빠르게 평평해진 수익률 곡선은 여러 거래 알고리즘에 신호를 보내고 금리 하락을 이끌 수 있다.

채권시장과 금리역전 현상이 보내는 신호를 주의 깊게 보고 있긴 하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를 걱정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지표가 둔화되고 있지만 증가한 통화량과 재정 지원책은 각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연기는 중국 정부의 부양책과 함께 경제 성장의 안전판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중기적으로는 세계 각국의 경기활성화 정책이 유지되고, 경기 전망이 개선되고 있어 위험자산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즉각적인 턴어라운드는 예상하지 않는다. 변동성에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