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인터뷰 - 전승현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신장암은 조기발견하면 완치 가능
부분신절제술 받은 환자 중
종양 덜 제거돼 재발한 경우 없어
[ 이지현 기자 ]
“전체 신장에서 암이 생긴 부분만 제거하는 부분신절제술은 신장암 수술 중에서도 가장 난도가 높은 수술로 꼽힙니다. 수술 로봇을 활용하면 수술 부위를 크게 볼 수 있는 데다 손떨림도 보정해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죠.”
전승현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사진)는 “부분신절제술을 할 때 로봇을 활용하면 신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장을 맡고 있는 전 교수는 전립선암 신장암을 로봇 등으로 치료하는 비뇨의학과 의사다.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연수를 받은 그는 국내 전립선암과 신장암 로봇 수술 분야 명의로 꼽힌다. 전 교수는 국내에 로봇 수술이 도입되기 전부터 신장암 전립선암 등을 복강경을 활용해 수술했다. 수술 부위를 작게 절개하는 최소침습수술 경험이 많아 난도 높은 부분신절제술 로봇수술 성공률도 높다. 전 교수에게 부분신절제술을 받은 환자 중 종양이 덜 제거돼 재발한 환자는 없다. 전 교수는 “경희대병원은 신장암과 전립선암 외에 갑상샘암 대장암 간담췌장암 등도 로봇으로 수술한다”며 “다양한 분야 암 수술에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의료진 간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면서 수술 성적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전 교수에게 신장암과 로봇수술 등에 대해 알아봤다.
▷신장암은 어떤 암인가.
“신장은 인체 정수기로 불린다. 하루 200mL의 피를 걸러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신장암은 몸에 생기는 암 중에서도 악성도가 높은 암으로 꼽힌다. 발병률이 비교적 낮은 암으로 꼽히지만 최근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두 배 정도 많고 비교적 젊은 40~60대 환자가 많다. 신장암은 증상이 거의 없다. 혈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는데 이는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암 등 요로계 악성종양 검사를 해야 한다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부분신절제술은 어떤 수술인가.
“신장암 수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종양을 포함해 신장 전체를 잘라내는 근치적신절제술이다. 부분신절제술은 종양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신장을 살리는 수술이다. 수술 난이도만 보면 근치수술보다 부분수술이 더 어렵다. 신장은 노폐물을 거르는 기관이기 때문에 몸을 도는 거의 모든 혈관의 혈액이 신장을 거친다. 신장을 조금만 건드려도 피가 많이 난다. 수술을 위해서는 신장으로 가는 혈관을 박리해 혈액 흐름을 차단한 뒤 허혈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이후 암이 생긴 부분을 자르고 꿰맨 뒤 혈류를 개통해야 한다. 이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중요하다. 부분신절제술을 할 때 신장으로 가는 혈액 흐름을 차단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신장이 손상돼 신장 기능을 보존하는 의미가 없다. 수술이 잘못되면 재출혈이 생기거나 소변이 새는 등의 합병증이 오기 쉽다. 짧은 시간 안에 잘 자르고 잘 꿰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봇 수술 활용도가 높겠다.
“이전에는 복강경수술을 잘하는 의사도 부분신절제술은 어렵기 때문에 배를 여는 개복수술을 했다. 하지만 로봇 수술이 도입되면서 많이 바뀌었다. 로봇을 활용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종양을 효과적으로 자르고 꿰매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봇수술의 장점을 분석한 여러 논문이 나왔는데 결과가 상당히 좋다. 종양도 잘 제거되고 신장 기능도 잘 보존된다. 최근에는 커다란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신장을 다 제거하는 수술도 로봇으로 하는 일이 많다. 단점은 가격이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술하는 사람의 숙련도도 중요하다. 숙련도가 없으면 여전히 어려운 수술이기 때문이다.”
▷신장암은 왜 생기나.
“한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기보다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가장 많이 밝혀진 원인은 흡연이다. 신장암의 18% 정도는 흡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장은 노폐물을 걸러주는 기관이기 때문에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몸속에 노폐물이 늘어 신장암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도 위험 요인이다. 비만인 사람도 발병률이 높다.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과 가족 중 신장암 환자가 있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겠다.
“신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한 암이다. 40~50대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일에 바빠서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일이 많다. 신장암은 종양 크기가 커질수록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조금이라도 작을 때 발견해 치료하는 게 좋다. 40대 이후라면 주기적으로 신장 초음파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가족 중 신장암 환자가 있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 고혈압 환자, 비만 환자 등은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뇨가 있을 때 지나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10~20년 전만 해도 전이된 신장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이 개발되면서 치료 결과가 좋아졌다.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