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효과 0.1%P로 '미미'
주요기관, 성장률 줄줄이 내려
[ 고경봉 기자 ] LG경제연구원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올 들어 수출과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하반기에도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달 들어서만 비슷한 이유로 한국은행, 국회예산정책처, 아시아개발은행(ADB),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잇달아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LG경제연구원은 21일 발표한 ‘2019 세계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성장률은 2.3%, 세계 성장률은 3.2%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9월 당시 전망치와 비교하면 각각 0.2%포인트, 0.4%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한국 성장률 전망은 국내 주요 기관 중 가장 낮다. 정부 전망치(2.6~2.7%)와 비교하면 0.3%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그마저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제하에 내놓은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정부 등이 주장하는 ‘하반기 회복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연말까지 계속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서 미국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아마존 구글 등 클라우드 기업의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일단락된 점도 반도체 경기 회복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도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자산가격 하락, 중국 경기의 빠른 하강 등으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어두워지고, 건설 투자는 주택 공급 과잉 확대로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분야에선 “최근 취업자 수 증가는 정부 공공근로 일자리 확대와 통계작성 방식 변화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 부분의 고용 활력은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 경기 하향세로 미국이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국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겠지만 금리 인하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현재 가격보다 10원가량 하락한 1125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기 성장세 약화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하반기에 멈출 것이란 판단에서다.
LG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끌어내림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2% 중반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는 한국 성장률을 각각 2.4%, 2.1%로 내다봤고, 크레디트스위스 NH투자증권 등 일부 국내외 투자은행(IB)은 2.4%를 제시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