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춤 다시 춘 브룩 헨더슨…LPGA는 지금 '자매시대'

입력 2019-04-21 15:55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친언니 캐디 브리트니와
벌써 7승째 '찰떡 호흡'


[ 김병근 기자 ]
‘캐나다의 골프 천재’ 브룩 헨더슨(22)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을 2년 연속 제패했다. 7년 전 출범한 이 대회에서 첫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서 캐나다 선수가 보유한 LPGA 최다승(8승)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이 중 7승을 캐디인 친언니 브리트니 헨더슨(28)과 합작해 ‘시스터(자매) 파워’를 과시했다. 자매는 챔피언의 전통인 훌라춤을 다시 췄다.

헨더슨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폴레이의 코올리나GC(파72·6397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헨더슨은 지난해 8월 CP위민스오픈 이후 8개월 만에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2012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회 2연패도 그가 최초다. 시즌 첫 승을 신고한 헨더슨은 우승상금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가져갔다.


강한 바람 탓에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1번홀(파5)부터 보기를 범해 1타를 내주며 출발했다. 그러나 3번홀(파4), 5번홀(파5), 11번홀(파4) 연속 버디를 골라내며 추격자들을 따돌렸다. 유력한 우승 경쟁자들이 대부분 오버파로 뒷걸음질 친 덕에 2타를 줄인 것만으로도 우승하기엔 충분했다.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던 ‘K골프’의 맏언니 지은희(33)는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헨더슨에게 4타 차 뒤진 2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헨더슨은 이번 우승으로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성 골퍼로 우뚝 섰다. 통산 8승을 달성하며 캐나다 선수 샌드라 포스트의 LPGA 최다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헨더슨이 성장하는 동안 그의 백을 들어온 이는 친언니 브리트니다. 동생 헨더슨은 “최고의 가족이 있어 든든하다. 내가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많은 부분을 희생해줬다”고 평소 언니에 대한 고마움을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브리트니는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잠시 선수로 활동한 뒤 2016년 동생을 위해 캐디로 전향하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 이후 KPMG위민스PGA챔피언십(2016년)부터 이번 대회에 이르기까지 동생과 7승을 합작했다.

시즌 초반 잠잠했던 태국의 쭈타누깐 자매도 다시 샷감을 깨우고 있어 K골프의 또 다른 위협 요소로 떠올랐다. 동생 에리야 쭈타누깐이 최종합계 11언더파 공동 3위,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이 공동 9위(8언더파)를 기록하는 등 자매가 나란히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코르다 자매’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동생 넬리 코르다는 올 시즌 거의 매 경기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즌 7개 대회를 치렀는데, 우승과 준우승 각 1회 등 톱10 진입이 벌써 여섯 번째다. 이번에도 최종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나선 넬리는 7번홀(파4) 더블보기, 18번홀(파4) 쿼드러플보기를 범해 8위(9언더파)로 주저앉긴 했다. 하지만 샷감과 퍼트감은 완연히 물올랐다는 평가다. 통산 2승을 기록 중인 넬리와 5승의 언니 제시카는 조만간 ‘자매 우승경쟁’을 할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제시카는 팔목 통증으로 이번 대회를 건너뛰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표주자인 최혜진(20)이 공동 5위(10언더파)로 선전했다.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뒤 첫 대회에 나선 고진영(24)은 마지막 날 2타를 잃으며 공동 17위(6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