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로펌 대표에 듣는다] 김앤장 정계성 "질적인 면에서 아시아 1위 로펌이 될 것"

입력 2019-04-20 15:55
수정 2019-04-22 19:02

정계성 김앤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사진·사법연수원 6기)는 “질적인 면에서 고객에게 인정받는 아시아 1위 로펌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정계성 대표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펌 매출이 국력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 대형 로펌을 따라잡긴 쉽지 않다”면서도 “질적인 면으로는 확실하게 아시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법률지 아메리칸 로이어에 따르면 김앤장은 작년 변호사수 기준으로 세계 60위권, 매출 기준으로 세계 50위권을 기록했다. 김앤장은 공개를 하지 않고 있지만 법조계가 추산하는 연간 매출은 1조500억원 수준이다. 변호사 1인당 매출면에서도 국내 2위 로펌을 멀찌감치 따돌린 상태다. 그는 “앞으로 우리의 경쟁 상대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의 세계 일류 로펌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부동의 1위를 넘어 세계적인 로펌으로 도약하려는 김앤장의 비전은 최근 하나 둘씩 실현되고 있다. 2018년 약 20조원 규모로 국내 투자자가 참여한 역대 최대 해외투자로 기록된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의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도 김앤장이 자문했다. 김앤장은 SK하이닉스를 대리해 계약 협상 및 체결, 각국 규제당국의 인허가 확보, 실사 이슈 및 거래 위험 분석 등 복잡하게 얽힌 국경간 인수합병(크로스보더 M&A)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작년 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CIETAC) 중재 사건에서 김앤장은 국내 대형 공기업을 대리해 중국회사에 승소했다. 중국내 합작법인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분쟁에서 중국회사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중재비용을 전부 중국회사가 부담토록 하는 압도적인 승소 판정을 받아낸 것이다. 세계 법률매체의 호평도 이어졌다. “전 업무 분야에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세계적 법률전문지인 IFLR1000), “여러 분야가 합쳐진 팀 구성과 다각적인 접근법을 통해 통찰력 있는 자문과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세계적 로펌 평가기관 체임버스) 등이 그 사례다.

정 대표는 1999년 일본 4대 로펌 가운데 하나인 ‘나가시마 오노 쓰네마쓰’의 창업자 나가시마 변호사가 “일본 로펌이 김앤장에 뒤지고 있다. 김앤장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밝힌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비결에 대해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이지만 조직내 ‘유기적 협업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했다. 국내·외국변호사만 1000명에 달하는 김앤장은 업무 분야별로 50여개 전문 조직이 있다.

그는 앞으로 중점을 둘 영업 분야로 ‘분쟁해결’과 ‘기업의 해외투자 자문’을 꼽았다. 또다른 과제는 해외 진출이다. 그는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많이 진출한 동남아시아 국가 중 추가 사무소 개설 국가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앤장은 홍콩과 베트남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김앤장은 예비 법조인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로부터 가장 인기있는 직장이다. 매년 최우수 변호사시험 합격생은 김앤장의 문을 두드린다. 그는 “해외유학과 연수 등으로 좋은 인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김앤장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앤장은 한해 평균 30~40명 가량의 변호사에게 해외 유학 및 연수의 기회를 제공한다. 로펌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 역시 ‘김앤장 1호 연수생’으로 선발돼 1982~1983년 금융자문에 특화된 미국 뉴욕 로펌 셔먼앤스털링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당시 생활비와 학비를 모두 제공받았는 데, 당시로선 파격적 혜택이었다”며 “미국서 만난 일본 변호사들도 부러워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좋은 기업 고객을 만날 수 있고, 좋은 선배들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앤장은 정 대표와 함께 정경택 이재후 주성민 변호사 등 4인 대표 체제다. 정계성 주성민 대표가 금융부문을 맡고 정경택 대표가 기업법무부문, 이재후 대표가 송무부문을 맡는 구조다.

정계성 대표는 1980년 공기업의 차관도입, 국내 주요 기업의 금융 및 외화조달 업무에 관여했으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새로운 기법으로 국내 기업의 외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IFLR1000, 후즈후리걸, 아시아로프로파일 등 세계적인 법률매체로부터 금융분야 최고 변호사로 꾸준히 선정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