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품격] 하이모, 프라이버시 지켜주는 영업 전략으로 충성도 높였다

입력 2019-04-20 07:30
수정 2019-06-28 11:22
지난 5년간 탈모로 병원 찾은 환자 103만명 넘어
소비자 개개인 두상 측정하는 독보적인 기술력
프라이버시까지 지켜주는 영업 전략으로 충성도 높여
배우 이덕화의 건강한 이미지도 하이모 성장에 한몫




국내 탈모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2013~2017년) 탈모로 병원을 찾은 누적 환자는 103만명을 넘었다. 탈모인은 2013년 20만5608명에서 2016년 21만999명, 2017년엔 21만377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증상 초기 치료를 받는 탈모인들은 이후 자연스럽게 하이모를 접하고 완전히 가발을 착용하는 패턴을 보인다. 탈모인구가 늘면서 가발 수요가 확대됐고 이는 하이모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하이모는 지난해 매출 800억원 이상을 올렸다. 하이모측은 2위 업체인 밀란과의 매출 격차가 200억원 가량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최초 가발 전문 회사

하이모의 전신은 1987년 설립된 가발 수출 전문회사 '우민무역'이다. 당시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일본 업체들의 하청을 받아 가발을 만들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한국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높아지자 일본은 가발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겼고 국내 가발산업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위기를 기회로 본 홍인표 하이모 회장은 1999년 우민무역의 상호를 '하이모'로 바꾸고 일본 가발 기술을 따라잡을 만한 고부가가치 기술개발에 힘썼다. 가발에 상표를 붙이고 전문 회사를 만든 것은 하이모가 국내 최초다.

하이모의 사명 변경은 기존 소비자의 가발에 대한 어두운 인식을 바꾸기 위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세계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사말인 'HI'와 털 모(毛)를 합성해 만든 브랜드명은 그렇게 탄생했다.

◆ 독보적인 기술력

하이모는 지난 30년 동안 R&D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총 1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대표적인 기술은 디지털 입체 두상 측정 시스템인 '3D스캐너 시스템(3D Scanner System)'이다. 두상의 형태는 개인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반 공산품처럼 대량 생산을 할 수 없다. 하이모가 2001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3D스캐너 시스템은 소비자의 두피와 탈모상태를 3D 기법으로 정확하게 측정해 각기 다른 두상 형태를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또한 인모(人毛)처럼 보이도록 한 형상기억모발인 '넥사트모'를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인모 100%로 만든 가발은 습도, 햇빛 등 외부 환경에 취약하다. 반면 넥사트모는 사람의 머리카락과 모양, 질감이 매우 유사하면서도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을 가졌다.

최근엔 씬 웨프드(Thin Weft)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모발 숱이 적은 소비자들도 자신의 모발을 살려 자연스러운 헤어볼륨을 연출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하이모는 지난 3월 북미에서 열린 '2019 국제 미용 박람회(INTERNATIONAL BEAUTY SHOW)'에 참가해 이 기술을 시연했고 글로벌 이·미용 관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 소비자 프라이버시까지 지켜주는 영업 전략

하이모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더 큰 이유는 서비스에 있다. 하이모는 상담부터 관리까지 모든 서비스를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전국 62개 지점이 100% 직영제로 영업 중이며 500여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1:1로 방문상담을 진행하고 무상관리서비스, 6개월 품질보증제, 마일리지 제도까지 철저한 사후관리를 보장한다.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하이모는 브랜드 파워에 비해 매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대부분 매장이 2층 이상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발 착용을 꺼리는 소비자들을 위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영업 전략이다.

하이모는 소비자들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매장마다 독립된 헤어 관리실을 운영한다. 관리실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이같은 전략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 새로운 시장 개척

기동민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탈모 환자 중 20~30대 청년층은 무려 43.8%를 차지했다. 30대가 24.3%로 가장 많았고 40대(22.4%), 20대(19.5%) 순이었다. 특히 20대 남성은 5년 새 10% 이상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하이모는 이 같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하이모는 젊은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포마드, 투블럭펌 등 트렌드에 맞춰 스타일링이 가능한 맞춤가발을 개발했다. 그 결과 2017년 하이모의 전체 매출에서 20~30대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까지 높아졌다.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가발도 내놨다. 이전까지 패션 소품으로 활용되는데 그쳤던 여성가발은 2011년 하이모가 '하이모레이디'를 론칭하며 본격적인 여성전문 맞춤가발 시대를 열었다. 현재 주요 백화점과 로드숍을 포함해 총 11개의 여성 전용 지점을 오픈했다. 매출도 2014년 20억원에서 2017년 44억원까지 끌어올려 120% 증가했다.

◆ 배우 이덕화가 바꾼 가발 문화

하이모와의 인연을 21년째 이어가고 있다는 배우 이덕화는 "김수현 작가와 작품 할 때 그 분이 나보고 '배우가 머리가 빠지면 어떡하냐'고 해서 가발을 쓰게 됐다"며 "그렇게 하이모랑 모델 계약을 맺었고 연기할 때나 일상생활에서나 큰 도움이 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에서 쓰고 나오는 가발 역시 하이모가 이덕화의 활동적이며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스타일링했다. 또한 최근 유튜브 채널 '덕화TV'에서 하이모 청담지점을 방문해 3D 스캐너를 통한 가발 제작 과정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하이모 관계자는 "이덕화의 활동만으로도 브랜드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하이모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발이라는 소품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며 탈모인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