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생이다
[ 은정진 기자 ]
크라운산도, 빅파이, 쿠크다스, 콘칩, 죠리퐁, 새콤달콤, 초코하임, 참크래커, 미니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봤을 과자다. 이 과자들이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에 의해 탄생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제과계 에디슨’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하고 참신한 히트 과자를 개발한 인물이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창업주인 백포 윤태현 전 회장(1919~1999)이다.
시인이자 예술경영운동가인 이웅규 백석대 관광학부 교수가 쓴 《식(食)은 생(生)이다》는 한국 제과업계 역사로 불리는 윤 전 회장의 탄생 100주년 및 타계 20주기를 기념해 그의 일대기를 꼼꼼히 조망한 평전이다. 고인의 장남으로 크라운해태제과를 이끌고 있는 윤영달 회장의 감수와 전·현직 임직원 및 가족의 증언, 사료를 토대로 6년간의 준비 끝에 발간됐다. 책 제목은 ‘식(食)은 곧 생명(生命)의 근본’이라는 고인의 철학에서 따왔다.
저자는 “크라운해태제과 역사가 곧 한국 제과 역사”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일제 자본이 난무하던 시절 순수 자체 자본과 우리 기술력으로 세운 최초의 과자기업이기 때문이다. 해방 후 조잡한 과자가 판을 치던 1947년 윤 전 회장은 스물여덟 나이에 ‘영일당’을 세웠다. ‘내 자식에게 먹일 수 있는 좋은 과자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질 좋은 과자를 내놓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공들여 개발한 ‘크라운산도’는 1956년 출시 이후 과자계 최장수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그가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1977년 급식 빵 식중독, 땅콩과자 유충 사건 여파로 회사는 경영난에 빠졌다. 1978년 경영자로 복귀한 그는 45일 동안 유럽 7개국의 과자회사를 돌며 대량생산 시스템을 위한 설비를 도입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오히려 과감히 투자하는 승부수를 던져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저자는 “윤 전 회장은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먹거리를 만드는 회사인 만큼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인본주의를 경영 1원칙으로 삼아 몸으로 실천했던 분”이라며 “그의 올곧은 생애를 통해 장수기업의 원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느끼게 된다”고 했다. (이웅규 지음, 지에이북스, 536쪽, 4만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