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절벽 위기에 올 주가 19%↓
이자율 年 6% 담보부채권으로
800억 규모 유동성 확보
[ 임근호/이태호 기자 ]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우량 조선 부품업체 HSD엔진이 오는 26일 발행하는 800억원 규모 회사채가 벌써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연 6%의 높은 이자율에 담보물이 있어 돈을 떼일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는 올 들어 20% 가까이 떨어졌다. 최대 고객사인 대우조선해양을 뺏기게 된 탓이다. HSD엔진은 대안으로 삼성중공업과의 제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과의 제휴 확대가 반전의 계기가 될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800억원 회사채 인기 끌지만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SD엔진 제12회 담보부사채’가 정식 발행도 하기 전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기관투자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은 중간 마진을 뗀 뒤 리테일(소매) 고객에게 되팔 예정”이라고 말했다. 담보부 채권인 까닭에 수요 예측 절차는 생략됐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이 총액 인수 후 기관투자가들에 넘긴다. KB증권 관계자는 “투자자 수요를 조사 중”이라며 “누가 얼마만큼을 사가겠다고 확정된 것은 없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HSD엔진 제12회 담보부사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높은 금리와 담보 때문이다. 만기 1년에 표면이자율 6%로 지난해 11월 발행된 ‘대한항공82-2’(표면금리 4.22%)나 지난달 발행된 ‘두산인프라코어45’(4.71%)보다 높다. 여기에 창원 공장 토지와 건물, 기계설비를 담보로 잡아 신용을 보강했다. 선순위 근저당(570억원)을 제외한 담보물 가치는 3180억원으로 채권 발행액의 네 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HSD엔진의 기업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인 ‘BB+’로 낮췄지만, 이번 담보부사채는 이보다 두 단계 높은 ‘BBB’를 부여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기업 등급은 ‘BB+’, 담보부사채 등급은 이보다 높은 ‘BBB-’로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떼도 일반 투자자들이 5%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고액 자산가들에게 많이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6일 한국거래소 장내 채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지만 만기가 1년으로 짧아 매물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대 고객 빼앗길 위기에 주가는 하락세
채권시장에서의 인기와 달리 HSD엔진 주가는 올 들어 19.1% 하락했다. 지난해 매출의 31.0%를 차지한 최대 고객사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는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선박 엔진 공장을 갖고 있어 인수가 완료되면 대우조선해양에 필요한 선박 엔진을 자체 공급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올해 실적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SD엔진의 올해 매출은 7003억원으로 작년보다 37% 늘고, 영업손실은 18억원으로 전년(-353억원)보다 대폭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엔 매출이 9000억원을 넘고,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말 7618억원까지 줄었던 선박 엔진 수주 잔액이 작년 말 1조2612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HSD엔진은 지난 5일에도 대우조선해양과 295억원 규모 선박 엔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삼성重 제휴 확대가 반전 계기 될까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HSD엔진의 사업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최종 인수하면 대우조선해양의 발주가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대주주인 소시어스PE 측이 삼성중공업과 적극적으로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HSD엔진 매출의 20.7%를 차지한 2대 고객이다. HSD엔진은 담보부사채 신고서에서 “삼성중공업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함으로써 매출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소시어스PE는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지난해 6월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HSD엔진 지분 42.7%를 765억원(주당 5444원)에 인수했다.
임근호/이태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