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프런티어] 5G, 결국 소프트웨어 싸움이다

입력 2019-04-18 17:45
오춘호 선임기자


[ 오춘호 기자 ] 마크 앤드리슨은 세계 최초 웹 브라우저 넷스케이프의 개발자다. 정보기술(IT)기업 투자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삼키는 이유’에서 “10년 이내에 많은 산업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이 혁명을 주도할 것”이라고도 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측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서점과 음반·비디오가게 등을 차례로 파괴했다. 아마존이 구축한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도·소매업을 파괴했다. 급기야 월마트도 절반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한 마당이다. 이뿐만 아니다. 금융은 물론 의료·마케팅·교육·미디어산업까지 근본부터 파괴시키고 있다. 제조업도 그 파괴의 소용돌이에 있다.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 전쟁도 결국 소프트웨어 싸움이다. 4G까지 통신망이나 기지국 등 파이프라인이 중요했다면 5G는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초고속으로 연결하면서 수많은 기기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접속하고 보안까지 갖추려면 하드웨어로는 부족하다. 각종 통신기기를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교통 상황을 기기가 스스로 판단해 해결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가 절대적이다. 구글의 웨이모와 애플 자율주행차 등이 역주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미 자율차를 움직이는 주체는 차를 모는 사람이나 승객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법률적으로 판정이 난 터다.

소프트웨어에서 조금만 실수가 나오면 세계가 마비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구글 소프트웨어의 일부 오류가 전 세계 인터넷을 중단시킨다. 미 보잉사의 항공기 추락사고도 소프트웨어 시스템 오작동이 원인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스스로도 엄청난 확장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컴퓨터를 운용하는 단순한 명령어 체계가 아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무기로 모든 환경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해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소프트웨어의 무한한 확장이 바로 인공지능일 수도 있다.

앤드리슨은 그의 글 마지막에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현재 가치를 평가하는 대신 세계 경제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구글 등 그 당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지금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비즈니스 생태계가 5G로 다시 한 번 엄청난 변혁을 할 태세다. 그 핵심에 소프트웨어가 있음은 물론이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