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이 정치부 기자 koko@hankyung.com
[ 고은이 기자 ]
17일 오전 11시 인천시청 본관 2층 대회의실. 지난 2월부터 전국 17개 시·도를 돌면서 이어진 더불어민주당의 지역예산 투어 마지막 행사가 열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숙원사업 해결을 약속했다. 야권에서는 “선거를 의식한 예산 퍼주기”라고 날을 세웠지만 민주당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날 인천시는 숙원사업 추진을 위해 국비 4조50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민주당이 일찌감치 ‘총선 체제’에 들어간 모양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방송에 출연해 “정부와 청와대에서 역량있는 분들이 내년 총선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총선 차출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1년이나 남은 선거 분위기를 일찌감치 띄우면서 총선 체제 구축에 시동을 거는 양상이다.
문제는 벌써부터 집권여당이 선거에만 골몰하기엔 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제조업 분야와 30~40대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청년 확장 실업률이 25.1%나 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탄력근로제 논의 등 현안이 국회에 산적해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공천 나눠먹기에 몰두할 만큼 한가한 나라 형편이 아니다”고 꼬집은 이유다. 총선이라는 ‘블랙홀’이 민생 현안을 몽땅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흘려듣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이 대표는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에 참석해 “내년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며 총선 분위기를 또다시 띄웠다. 하지만 당내 공천 경쟁이 조기 과열되는 등 분위기가 총선 준비로 넘어가면 국정 운영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게 되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벌써부터 ‘총선 선대위’처럼 되면 공천에 목을 매면서 당 지도부의 의중에만 장단을 맞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집권여당은 민생을 살릴 방안을 고민하고 경제를 이끌어갈 책임이 있다. 현재 국민이 매긴 국정 운영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벌써부터 ‘선거의 계절’인 양 행동하는 여권의 시간감각이 우려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