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윤설화, 프리미엄 맥주 '슈퍼엑스'내달 판매
노주노교·양하대곡 등
8대 명주 잇따라 한국행
[ 김보라/안효주 기자 ]
중국 술이 몰려온다.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맥주회사 화윤설화의 맥주가 다음달부터 국내에서 판매된다. 1573년 설립된 중국 국영 주류기업 노주노교는 첫 해외 진출지로 한국을 택했다. 노주노교가 공식 수입되면 소비자들은 중국 8대 명주 중 4개 브랜드를 정식으로 구입해 마실 수 있게 된다.
중국 주류업체들은 성장 정체에 빠진 자국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올해를 한국 시장 진출 확대의 적기로 판단해 적극적인 수출에 나선 배경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 공식 수입돼 유통된 중국 술은 이과두주, 칭다오맥주, 공부가주, 연태고량주 등 5종 안팎에 불과했다”며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된 만큼 올해엔 다양한 중국 술이 수입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中 맥주사도 진출
한국 시장 공략엔 화윤설화가 앞장섰다. 17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맥주 신제품 ‘슈퍼엑스’를 선보였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뒤 하반기 일반음식점 등 유흥업소에 병맥주를 공급할 계획이다. 회사명과 술 이름이 같은 노주노교는 이달 중 유통을 시작한다. 중국 8대 명주의 하나인 ‘양하대곡’도 이달 푸드페어링 행사 등을 여는 등 유통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팔리는 중국 술은 2000년 이전까지 작은 녹색 병에 빨간 뚜껑이 달려 ‘빼갈’이라 불린 ‘이과두주’가 전부였다. 수정방, 마오타이주 등은 가격이 비싸 대중화되지 못했다. 이후 연태고량주, 공부가주, 죽엽청주 등 목 넘김이 부드러운 술이 들어오면서 중국 술의 향과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3~4년 전부터 중국 레스토랑이 기존 ‘중국집’ 이미지를 벗고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술 소비 트렌드도 달라졌다. 메뉴와 어울리는 중국 술을 다양하게 즐기는 ‘백주 샘플러’가 생겨났고, 토닉워터와 섞어 ‘하이볼’로도 판매되고 있다.
양하대곡을 수입하는 유호성 남경무역 대표는 “중국 술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한 덕에 최근 3년간 연평균 22% 성장했다”며 “현재 서울 중식당 500~600곳에서 양하대곡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하대곡은 가격이 중식 레스토랑 기준 1병당 4만~8만원대다.
칭다오처럼 성공할까
중국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칭다오맥주처럼 되길 기대하고 있다.
칭다오맥주는 이주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유행하던 양꼬치와 양고기 요리가 전국으로 확산된 덕을 톡톡히 봤다. “양꼬치엔 칭다오”라는 유행어가 번지면서 칭다오는 국내 수입맥주 시장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일본의 아사히 턱밑이다. 이 덕분에 중국 맥주 수입액도 2015년 1421만달러에서 지난해 4091만달러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입량 역시 같은 기간 약 2만t에서 5만4456t으로 늘었다.
맥주 판매량을 기준으로 중국 1위이자 세계 1위인 화윤설화의 한국 진출은 중국에서의 실적 악화와 관련이 있다. 수입맥주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은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 맥주 시장은 약 5000억위안(약 83조원) 규모로 연간 250억L 이상이 소비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크래프트 맥주가 연 40%씩 성장하고, 와인 소비가 늘면서 라거 중심의 로컬 맥주는 고전하고 있다.
칭다오맥주는 중국 맥주 회사 중 유일하게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고, 밀맥주와 흑맥주 등 프리미엄 제품도 발빠르게 출시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 증가한 265억위안,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2.6% 늘어난 14억2000만위안을 기록했다.
화윤설화의 지난해 매출은 318억위안으로 칭다오맥주보다 많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9% 줄어든 9770만위안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맥주로 국민맥주 대열에 오른 화윤설화의 ‘설화’가 3~4년 새 소비자의 고급화된 입맛을 따라잡지 못해 2등에 쫓기고, 수제맥주에 밀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윤설화는 한국에 설화가 아니라 슈퍼엑스로 진출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 브랜드와 상표권이 충돌할 수 있어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았다. 또 저가 맥주의 대명사인 설화로는 이미 고급화된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한 단계 상위 브랜드를 우선 선보이기로 했다.
김보라/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