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는 아시아나
"인수 의사 없고 검토도 안해
건실한 대기업이 인수하길"
[ 김보형 기자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72·사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못 박았다. 박 회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인 데다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라는 점에서 인수전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16일 입장 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없고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며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건실한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하루빨리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SK와 한화, CJ 등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안받은 적이 없으며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1.98%를 보유하고 있다.
조규정 금호석유화학 대외협력팀장은 “박 회장은 앞으로도 금호석유화학의 ‘글로벌 리딩 화학그룹’이라는 목표 달성에만 전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1976년 금호석유화학의 모태인 한국합성고무공업에 입사한 뒤 줄곧 화학 계열사에서 근무했다. 박 회장은 2009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 과정에서 형인 박 전 회장과 갈등을 빚다 2010년 금호석유화학을 떼어내 독립경영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542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 박 회장 취임 직전 2만원대였던 주가는 9만9200원(16일 종가 기준)으로 다섯 배 가까이 올랐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감사의견 한정 판정을 받은 ‘회계 파문’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도 주변에 “형님들(고 박성용 회장·고 박정구 회장)이 세운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움에 빠진 게 안타깝다”면서도 “금호석유화학을 잘 키우는 게 아버지(고 박인천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으로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 박 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박 회장에게 지원 요청을 했으나 거절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로서 지분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목표다. 지난달 840억원 정도였던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가치는 매각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2078억원까지 증가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