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끝까지 거부한 박삼구…채권단 강수에 '백기'

입력 2019-04-15 17:48
금호 '최후의 카드' 꺼낸 까닭…

자금난에 승부수 띄웠지만
금융당국·産銀 "믿을 수 없다"
이례적 압박에 매각 결단 내려



[ 강경민/김보형 기자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전방위 압박에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했다.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의 자금 수혈이 급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이 이른 시일 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잇따라 박삼구 압박한 정부·산은

금호아시아나가 15일 채권단에 제출한 수정 자구계획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즉시 추진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담보 설정 △박 전 회장의 영구 퇴진 등이 포함됐다. 지난 10일 채권단에 제출한 첫 자구계획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추가됐다.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것이 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에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라 여겼다”며 “1만여 임직원의 미래를 생각해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달 초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 연장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박 전 회장에게 요구했다. ‘박 전 회장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떼어내겠다는 것이 정부와 산은의 계획이었다. 박 전 회장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때부터 정부와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이 시작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박 전 회장이) 상황이 악화된 책임을 확실히 지고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진정성과 성의 있는 자구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직격탄을 날린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주일 후인 지난 10일 금호 측은 한 발 물러섰다.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서를 통해 3년 안에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전 회장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던진 마지막 승부수였다. 하지만 채권단은 박 전 회장을 더욱 몰아붙였다. 산은은 금호의 자구계획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도 이날 또다시 “채권단의 결정 기준은 대주주의 재기(再起)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 “금호 측 매각 결정에 환영”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결정으로 채권단은 5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할 명분이 생겼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작년 말 기준 3조4400억원이다. 이 중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조3200억원이다.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과 함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는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산은의 설명이다. 채권단은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금호 측이 제출한 수정 자구계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도 금호 측의 수정 자구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호 측이 회사를 살리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므로 채권단이 금호 측 결정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의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1조4941억원)을 감안하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보유지분 가치는 5000억원 수준이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금호산업이 최대 1조원 안팎의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강경민/김보형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