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2차 넘어 3차 협력사 전용펀드 7000억 조성

입력 2019-04-15 16:35
수정 2019-04-15 16:49
[ 좌동욱 기자 ] 삼성전자는 협력사와 공생할 수 있는 생태 시스템을 조성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협력사의 기술과 혁신이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들어선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상생 경영의 중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그동안 1·2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해온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7000억원 규모의 3차 협력사 지원 펀드를 새로 조성했다. 협력사의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는 ‘상생펀드’에 4000억원, 물품대금 현금 결제를 위한 ‘물대지원펀드’에 3000억원을 배정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기업은행, 산업은행, 우리은행과 함께 1조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기술개발, 설비투자, 운전자금 목적의 대출금을 협력사에 저리로 지원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0년까지 6000억원을 투입해 인건비 인상과 연동해 납품 단가를 올려주고 있다.

혁신 역량 및 노하우를 외부에 개방·공유하는 것도 주요 상생전략이다.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취업준비생 1만 명에게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교육 기간 중 교육생들에게 매달 일정액의 교육비도 준다. 성적 우수자에게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해외 연구소 실습 기회도 제공한다. 일부 우수 인력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직접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1991년부터 소프트웨어 분야 우수 대학생을 육성하는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을 운영해 왔다.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도 외부에 개방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통해 200개, 사외 벤처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300개 등 500개 프로젝트를 사업화할 방침이다. 일반인이 삼성의 지원을 받아 창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삼성은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1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중소기업의 스마트 공장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하는 ‘스마트팩토리 4.0’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5년간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자금이 1100억원,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1만50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 인센티브도 협력사와 공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말 반도체 협력사 임직원 1만8000여 명에게 총 381억8000만원 규모의 2018년 하반기 ‘생산성 격려금’과 ‘안전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2010년 관련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금액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인센티브 지급 대상을 1차에서 2차 협력사로 확대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