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해외 유통망 공유…중소 협력사 판로개척 지원

입력 2019-04-15 16:32
수정 2019-04-15 16:49
[ 박종필 기자 ] 롯데는 지난 설을 앞두고 협력사의 자금 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납품대금 8000억원을 조기 지급했다. 명절이 되면 급여 및 상여금 등 일시적으로 다양한 곳에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롯데e커머스 등 34개사가 대금을 조기에 지급했으며, 2만 곳의 협력사가 이 혜택을 봤다.

롯데는 작년 8월부터 ‘상생결제’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이 상환청구권이 없는 채권을 발행하고, 협력사들은 원할 경우 대기업 수준의 낮은 할인율로 납품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롯데는 전 계열사의 기존 대금결제 중 현금결제를 제외한 신용결제 부분을 100% 상생결제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계열사와의 협의를 마쳤다. 이 같은 상생결제를 개별 기업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에 도입하는 것은 롯데가 국내 최초다.

롯데의 강점인 유통망을 활용해 중소 협력사에 도움을 주는 일도 하고 있다. 협력사들의 판로 확보에 도움을 주는 한편 경영지원과 관련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업체에는 백화점, 마트, 홈쇼핑 등 롯데의 해외 유통망을 통해 판로 개척에 힘을 실어주고 관련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전국동시세일 기간에 맞춰 온·오프라인 ‘중소기업 기획전’을 해 협력사 매출 증진을 돕고 있다.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커피 등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관리하는 롯데지알에스는 제빵조합의 중소기업으로부터 롯데리아에서 사용하는 햄버거 빵을 구매해 쓰고 있다.

롯데는 7520억원 규모의 출연금으로 ‘상생펀드’를 운영하면서 협력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우대 금리에 대출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기금 이자를 활용해 협력사의 대출 이자를 감면해주는 제도로 720여 개 협력사가 혜택을 받고 있다. 롯데 계열사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 시 기준금리에서 업계 최대 수준인 1.1~1.3%포인트가량 대출금리를 자동 우대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롯데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2016년부터 창업지원을 위한 법인인 ‘롯데액셀러레이터(LOTTE Accelerator)’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모집, 인프라 제공 등 다양한 지원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우수 스타트업 200개를 배출해낸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선정해 6개월간 창업지원금을 비롯해 사무공간, 전문가 자문, 계열사와의 제휴 주선 등을 지원하는 ‘엘캠프(L-Camp)’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법인 설립에 든 자본금 150억원 중 50억원을 사재 출연했다. 나머지 100억원은 롯데쇼핑 등 4개 계열사가 분담해 조성했다. 이사회 의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맡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