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동국대 의료기기특성화대학원 교수 "현장 맞춤형 인재 부족...투자 늘려야"

입력 2019-04-15 14:05
수정 2019-04-15 14:11

"인허가, 품질관리, 임상시험, 마케팅 등 의료기기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누적 입학생 200여 명이 넘는 우리 대학원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죠."

김성민 동국대 의료기기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사진)는 "현재 정부가 동국대를 포함한 의료기기특성화대학원에 총 10억원밖에 지원하지 않는데 더 투자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동국대는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료기기특성화대학원을 설립했다. 2016년 보건복지부 사업을 완료한 뒤 2017년 '의료기기특성화대학원 고도화 사업'에 다시 참여했다. 이 사업은 1단계(3년)와 2단계(2년)로 나뉘는데 동국대는 올해 1단계를 마무리하고 복지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좋은 평가를 받아 2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석사급 의료기기 인력을 동국대처럼 단기간에 많이 배출한 곳은 아직 없다"고 했다. 전일제 졸업생 34명 중 33명이 제조업체, 유관기관 등에 취업했다. 그는 "전일제 학생은 최소 12주간 의료기기 유관기관에서 인턴십을 해야 한다"며 "졸업해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실력 있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의료기기특성화대학원은 미국 스탠포드대의 '바이오 디자인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김 교수는 "스탠포드대는 10년 가까이 이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참가자들이 활발히 창업을 하고 대규모 투자를 받는 등 큰 성과를 올렸다"며 "아시아에서 우리는 제일 먼저 시작한 편에 속한다"고 했다.

이 대학원은 산업공학, 경영학, 의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이공계 대학원은 실험실 연구원을 길러내는 데 치중하고 전국에 40여 개가 있는 의공학과에서는 높은 수준의 인력을 배출하기 힘들다"며 "인허가, 품질관리, 마케팅, 사업계획, 창업 등 사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아직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투자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이 반도체, 전자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인재를 기르기 위해 대학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 결과 국내 업체의 의료기기 관련 규제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많이 성장했지만 생태계가 발전할수록 인력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했다. 정부가 연구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만큼 인력 양성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김 교수는 "최소 10년은 내다보고 의료기기 전문 인력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기관에 예산을 집중한다면 1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 1명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