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명저] "도시 인구가 10% 늘면 그 나라 1인당 생산성은 30% 향상"…도시가 반환경·반인간적이란 비판은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

입력 2019-04-15 09:00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어느 나라든지 도시화와 번영 사이에는
완벽할 정도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도시는 인류를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든 위대한 발명품이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도시경제학 세계적 권위자
도시 환경주의자 주장 반박


“오랫동안 반(反)도시화 운동에 앞장섰던 마하트마 간디는 ‘진정한 인도는 몇몇 도시들이 아니라 70만 개의 마을 속에 세워져야 한다. 국가의 성장은 도시가 아니라 마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틀린 말이다. 인도의 성장은 도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도시화와 번영 사이에는 완벽할 정도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평균적으로 볼 때 어떤 국가건 도시 인구의 비중이 10% 늘어날 때마다 그 나라의 1인당 생산성은 30% 향상된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52)는 도시경제학 분야의 손꼽히는 권위자다. 그는 2011년에 쓴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에서 다양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도시의 의미와 가치를 분석했다.

핵심은 책의 부제(How our greatest invention makes us richer, smarter, greener, healthier, and happier)처럼 ‘도시는 인류를 더 부유하고, 더 똑똑하게, 그리고 더 친환경적이고, 더 건강하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든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도시가 갖는 의미에 대한 저자의 뛰어난 식견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글레이저 교수는 절반 넘는 세계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반환경적·반인간적이라고 비판하는 이가 많지만, 명백하게 잘못된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도시화 현상이야말로 인류 번영과 행복의 열쇠”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가장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문화적·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 도시라는 것이다.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를 혁신과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본다. 도시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고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협력적 생산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도시의 힘은 개인들의 ‘인접성’이 극대화되는 밀도 높은 환경에서 나온다”며 “도시에서 개인이 가진 지식과 능력이 자유롭게 교환되고 그 과정에서 학습이 이뤄지고 문명의 발전이 이뤄진다”고 했다.

과거 아테네의 철학, 피렌체의 르네상스, 뉴욕의 패션산업뿐 아니라 지금의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숱한 혁신적 성취들은 도시 공간이 만들어내는 ‘인접성’ 효과에 힘입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협력을 통해서 나오는 힘은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진실이자 도시가 존재하는 주된 이유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장거리 이동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서로 지척에 머물고 싶은 바람과 욕구가 약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정한 도시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 체취로 이뤄져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고밀도 도시가 더 친환경적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에 관한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선 잇따라 반박했다. 일례로 에너지 소모량 등의 통계를 근거로 저밀도 교외 지역보다 높은 고층 건물로 구성된 고밀도 도시가 오히려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했다. 그는 “37년간 도시에서만 살다가 무모하게 교외 생활을 해본 뒤 깨달은 것은 나무와 풀에 둘러싸여 살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사실”이라고 적었다.

저자는 도시의 밀도를 낮추기 위해 교외화를 촉진하는 정책에 반대한다. 대신 도시의 밀도를 높이고 고층화를 촉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고밀도 정책이 자신들을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고속 성장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고층건물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환경 비용을 낮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이 고밀도를 수용할수록 세계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지구는 온난화로부터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번창하는 도시와 쇠퇴하는 도시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는 “소기업이 많고 교육을 많이 받고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도시는 번창하지만, 단일 산업에만 편중돼 있고 교육 수준이 낮은 비숙련자가 많은 도시는 쇠퇴한다”고 했다. 번창하는 도시의 사례로 뉴욕을 꼽았고, 쇠퇴하는 도시로는 디트로이트를 들었다. 도시를 번창하게 하려면 건물이나 인프라가 아니라 ‘사람’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도시의 승리》는 “똑똑하고 야망 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도시의 힘이야말로 나라의 번영과 개인의 행복을 결정짓는다”고 강조한다. 대도시가 지닌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 친환경성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게 글레이저 교수의 주장이다.

김수언 한국경제신문 부국장(전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