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후 정유업계 최대 M&A
'규모의 경제'로 승부수 띄워
[ 심은지 기자 ] 미국 2위 가스·정유업체 쉐브론이 미국 셰일오일 생산기업 아나다코정유를 330억달러(약 37조5000억원)에 인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지난 12일 보도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65달러로 아나다코의 11일 종가(46.80달러)에 39%의 프리미엄을 붙인 값이다. 이번 계약은 영국계 로열더치쉘그룹이 2016년 영국 천연가스 개발업체 BG그룹을 인수한 이후 세계 정유업계에서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으로 꼽힌다.
아나다코는 미국 최대 셰일유전 지대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의 셰일오일 채굴권을 갖고 있다. 부채를 포함한 아나다코의 기업 가치는 500억달러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셰일오일 붐이 일던 초기에 새로운 굴착 기술을 개발해 이 일대 땅을 싸게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나다코 인수로 쉐브론은 이 지역의 75마일(120㎞) 회랑지대에서 셰일오일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번 M&A를 계기로 미국 셰일오일 시장의 사업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소 정유업체가 난립한 셰일시장에서 채굴 기술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메이저 석유회사의 셰일오일 투자 비중은 2014년 6%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5%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에너지업계의 관측이다. 유전서비스회사 캐너리의 댄 에버하트 최고경영자(CEO)는 “쉐브론의 아나다코 M&A가 퍼미안 분지 내 기업 인수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쉐브론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영향으로 쉐브론 주가는 이날 4.94% 급락했다. 아나다코 주가는 32.01% 올랐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