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대출 최대·수출 증가·제조 PMI 개선…中 경기 살아나나

입력 2019-04-14 17:32
3월 주택가격지수도 0.24% 올라
리커창 총리 "정책 효과 나타나"
1분기 경제성장률 6.3% 예상


[ 강동균 기자 ]
올해 1분기 중국의 신규 위안화 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 당국자와 관영 매체는 대출 증가와 수출 호조, 제조업 분야 지표 개선 등을 내세우며 중국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면 서방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1분기 위안화 신규 대출액이 5조8100억위안(약 984조원)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4조8600억위안)보다 19.5%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3월 신규 위안화 대출은 1조6900억위안을 기록해 2009년 3월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중국 당국자들과 관영 언론은 신규 대출과 다른 경제지표가 좋아지는 점에 주목하며 최근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달러 기준 3월 수출은 1986억7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6.5%)를 크게 웃돈 것은 물론 지난해 10월(14.3%) 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경기도 작년 12월 이후 4개월 만에 확장세로 돌아섰다. 국가통계국이 대형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전달(49.2)은 물론 시장 예상치(49.6)를 크게 웃돌았다.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이 민간기업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는 차이신 PMI도 지난달 50.8을 나타내 역시 4개월 만에 확장 구간에 진입했다. 중국에선 기업 구매담당자 조사를 통해 발표되는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세를, 밑돌면 경기 위축세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또 다른 축인 부동산 경기도 회복 징후를 보이고 있다. 중국지수연구원이 발표한 3월 100개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당 1만4759위안으로 전달보다 0.24% 올랐다. 2월에 비해 상승폭이 0.14%포인트 확대됐다.

이들 지표를 근거로 중국 정부는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3월부터 하루 평균 발전량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이르고 수출입과 화물 운송 등의 증가세도 빨라지고 있다”며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시장 주체의 활력이 안정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일부 전문가는 오는 17일 공개될 올해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6.3%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부양책에 따른 일시적 회복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성장률이 6.6%로 2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며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자 올 들어 은행권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기업 세금을 줄여주는 등 각종 부양책을 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월에 수출이 반등했지만 수입은 4개월 연속 가파르게 줄었다며 “이는 중국 경제에 대한 엇갈린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중국의 수입은 1660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6% 줄었다. 전월(-5.2%)과 시장 예상치(0.2%)를 크게 밑돈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의 회복을 보여주는 더 많은 증거를 원하고 있다”며 “3월 수출과 제조업 지표의 호조가 갑작스러운 반전이라기보다는 계절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기업 부채비율 축소 등 과감한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