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관련 동남아 여성 2명 석방
-김정남 살해 배후 미제로 남을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검찰에 구속기소된 베트남 여성이 다음달 3일 석방될 예정이다.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됐던 인도네시아 여성도 지난달 살인 혐의를 벗고 석방되면서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처벌받는 사람은 없게 됐다. 암살의 배후도 미궁으로 남겨질 공산이 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김정남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도안티흐엉(31)의 변호인은 13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흐엉이 3일 석방될 것이라고 교정당국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지난 1일 흐엉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해 살인 혐의 대신 위험한 무기를 이용해 김정남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혐의를 인정한 흐엉에게 징역 3년4개월을 선고했다. 흐엉의 형기가 더 남았음에도 다음달 초 석방되는 것은 지난 2년여간 구속돼 재판을 받으며 형기를 상당 부분 채운 데다 모범수로 인정받아 감형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흐엉은 2017년 2월 13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7)와 함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두 사람은 “몰래카메라 방송을 촬영하는 줄 알았다”며 자신들이 북한인의 말에 속아 범죄에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가운데 아이샤는 지난달 11일 말레이시아 검찰이 돌연 공소를 취하하면서 석방됐다. 이 결정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했다고 알려진 이재남(59), 이지현(35), 홍송학(36), 오종길(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북한은 이 사건에 대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이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란 입장을 보였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