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바닥" 임직원 직접 사들여
한국전력·KB금융·NH투자證 등
우리사주 잇따라 장내 매입
[ 조진형/박상용 기자 ] 증시에서 우리사주 바람이 불고 있다. 상장사 임직원들이 시장에서 직접 우리사주를 사들이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때 배정받는 우리사주와는 취득 방식이 다르다. 우리사주를 직접 매입하는 임직원은 주로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금융회사나 제조사 소속이다. 해당 기업들도 근로자의 주인의식을 높이고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시장에는 주가가 바닥이란 신호를 줘 기업 가치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장내 직접 취득 > IPO 배정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우리사주조합은 ‘우리사주 21기 기금’을 3000억원 한도로 조성하기로 했다. 조합원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증권사 선정을 마치고 오는 5~6월 주식 매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아차 우리사주 관계자는 “우리사주 취득을 위한 자금 지원이나 근로자의 이자 부담(연 2.0%) 등에 대해 회사 측과 합의를 마쳤다”며 “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를 지켜보고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매입 시기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우리사주는 지난해 말 기준 504만7926주(1.25%)를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 주가가 지난주 4만원 선을 회복하면서 1년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앞선 우리사주 20기(주당 매입단가 6만3063원)에 출연한 임직원은 적잖은 손실을 보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 저점이라는 인식이 많다”며 “회사도 임직원의 근로 의욕을 높이면서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근로자 청약 자금에 대해선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 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한국전력 임직원도 우리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사주조합을 처음 설립한 이후 조합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조합은 희망 직원들의 신청과 출자를 계속 받아 한전 주식을 시장 가격으로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전 주식을 보유하도록 장려해 애사심과 주인의식을 높이겠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대형사를 중심으로 우리사주 취득이 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우리사주 예탁 주식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3억9270만 주로 한 해 전(3억2917만 주)보다 19.3% 급증했다. 이 기간 6743만 주에서 5463만 주로 줄어든 코스닥시장과 비교된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증시 부진 속에 코스닥 IPO 시장이 주춤한 반면 대형주 중심으로 저가에 우리사주를 더 사모으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융사 임직원이 더 적극적
대형 금융사 임직원들이 ‘우리사주 갖기 운동’에 보다 적극적이다. NH투자증권은 연초 임직원 청약을 받아 전체 900억원 규모의 우리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연봉과 1억원 중 적은 금액에서 우리사주 청약 규모를 정했다. NH투자증권은 우리사주 매입 자금 대출금리 가운데 연 1% 이자 금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짐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줄 수 있다”면서 우리사주를 적극 독려했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우리사주조합은 임직원의 재산 형성을 넘어서 경영 참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업계에 확산되는 노동이사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조합원 1인당 약 2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해 우리사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합원이 2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4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회사 측이 우리사주 기금으로 무상 출연하기로 한 보로금 650억원은 별개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 보유지분(지난해 말 0.60%)을 3%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이 5% 안팎에 이른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6.39%를, 신한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지분 4.68%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금융그룹의 노동조합이 노동이사제 등을 염두에 두고 우리사주조합 세를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진형/박상용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