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네 얼간이들도 반했다...'꿈과 마블의 나라' 홍콩 디즈니랜드

입력 2019-04-14 14:56
수정 2019-04-15 14:39
여행의 향기

전세계 유일한 '마블테마 어트랙션'

3D 비행 '아이언맨 익스피리언스'
홍콩섬·구룡반도 배경으로 전투


[ 은정진 기자 ] ‘홍콩’ 하면 대부분 영화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긴 엘리베이터, 낡고 빽빽한 건물 숲, 휘황찬란한 홍콩섬 야경을 떠올린다. 하지만 습하고 더운 날씨 속에서 미로처럼 복잡한 홍콩 도심을 걷고 있자면 좀 더 여유 있는 곳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05년 9월 홍콩 외곽 란타우섬에 조성된 홍콩 디즈니랜드는 그런 욕구를 충분히 채워줄 만한 여행지다. 크기는 28만㎡ 규모로 디즈니 본고장인 미국 올랜도는 물론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보다도 작다. 하지만 오히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천천히 걸으면 한두 시간 안에 모든 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반전 매력도 있다. 여기에 세계에 유일한 ‘마블 테마 어트랙션’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면서 홍콩 디즈니랜드는 돌아보는 내내 ‘작지만 알이 꽉 찬 테마파크’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대표 어트랙션 ‘이것만은 즐기고 오자’

디즈니랜드 정문으로 들어와 중앙 광장에 들어서면 중세시대 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메인스트리트가 시야에 들어온다. 왼쪽에 이어진 건물들은 모두 디즈니 캐릭터 상품을 파는 상점이다. 오른쪽은 각종 식사와 음료를 파는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뒤로 멀찌감치 디즈니랜드의 상징인 디즈니성이 보인다. 2019년 말을 목표로 증축 공사 중이라 성 전체가 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바라보고 있자면 ‘진짜 디즈니랜드에 왔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메인스트리트를 지나면 곰돌이 푸와 티거, 라이온킹 심바, 모아나 등 디즈니 유명 캐릭터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성을 중심으로 어드벤처 랜드, 그리즐리 걸치, 토이스토리 랜드, 미스틱 포인트, 판타지 랜드, 투모로우 랜드 등 총 7가지 테마파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총 36가지 놀이기구와 공연 등 41가지 놀거리가 마련돼 있지만 하루이틀 동안 다 즐기기엔 무리가 있어 즐길 거리를 골라야 한다.

가장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곳은 토이스토리 랜드다. 상당수 어트랙션은 어린아이 눈높이에 맞춰 다소 심심하지만 토이스토리 랜드는 바이킹 놀이기구를 연상하게 하는 ‘RC레이서’, 자유낙하 놀이기구인 자이로드롭과 비슷한 ‘토이 솔저 패러슈트 드롭’ 등 다소 난도 높은 놀이기구들로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다. 그리즐리 걸치 안에 있는 ‘런어웨이 광산열차’는 홍콩 디즈니랜드 야외 어트랙션의 하이라이트다. 미 서부 개척시대 당시 금광을 캐던 광산 지대를 시원하게 내달리는 롤러코스터지만 난도가 높지 않아 어린이들도 체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열차가 뒤로 달리는 반전에 소리를 내지르게 한다.

홍콩 디즈니랜드의 내일 ‘투모로우 랜드’

마블과 스타워즈 팬이라면 가장 먼저 달려가게 되는 곳이 투모로우 랜드다. 그중 가장 인기있는 곳은 3차원(3D) 비행 시뮬레이션 어트랙션인 ‘아이언맨 익스피리언스’였다. 실제 홍콩의 랜드마크인 구룡반도와 홍콩섬을 배경으로 관람객들이 탑승한 비행선인 ‘아이언윙8’과 아이언맨이 악당과 싸우는 내용이다. 화면 속에서 비행선이 바닥으로 떨어질 땐 하늘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세계에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영화 ‘스타워즈’ 속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한 ‘하이퍼 스페이스 마운틴’도 압권이었다. 별빛밖에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내달려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마블 테마 어트랙션의 인기는 최근 한국인 방문객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홍콩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143만 명)은 전년(149만 명) 대비 4% 감소했지만 지난해 홍콩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한국인은 2017년 대비 34%나 늘어나는 등 2015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샘 챈 홍콩 디즈니랜드 리조트 마케팅 매니저는 “마블에 대한 높은 호감도와 스릴 있는 어트랙션을 선호하는 한국 방문객의 특성이 마블 콘텐츠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홍콩 디즈니랜드는 디즈니 캐릭터들과 함께 최근 마블 관련 콘텐츠를 하나의 축으로 잡아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디즈니의 하이라이트 ‘야간 퍼레이드 쇼’

저녁 8시30분이 되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74만 개가 홍콩 디즈니랜드 메인스트리트 USA를 수놓았다. 미국 디즈니 60주년을 기념해 2014년부터 시작한 ‘디즈니 페인트 더 나이트’ 퍼레이드로 홍콩 디즈니랜드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피터팬의 팅커벨,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의 벨, 토이스토리의 버즈와 보안관 우디를 비롯해 미키마우스, 도날드 덕, 구피 등 7개 테마파크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이 순서대로 등장한다. 오후 2시30분에 시작하는 캐릭터 퍼레이드와 달리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형형색색의 LED 조명을 단 캐릭터들이 춤을 추며 등장하는 모습에 관람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퍼레이드를 좋은 위치에서 보기 위한 자리싸움은 대략 오후 6시부터 시작된다. 관람석이 따로 없기에 퍼레이드 양쪽 길가에 먼저 주저앉는 것이 유일한 예약 방법이다. 호텔 투숙객과 연간 회원권이 있는 방문객 등 VIP에겐 퍼레이드 시작되는 입구 쪽에 관람 공간을 마련해준다.

비록 며칠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어린이들 대부분은 잠시나마 신비한 동화의 나라 속에 사는 왕자와 공주가 된 듯 마냥 신난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따라나선 어른들 역시 어린 시절 좋아했던 캐릭터들을 추억하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얼굴에선 일상의 빡빡함도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모두를 동심으로 하나가 되는 힘을 갖고 있었다.

홍콩=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