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자사고·일반고 이중지원 허용, 교육부 '자사고 폐지' 어떻게 될까

입력 2019-04-14 13:54
대통령 공약 '자사고 폐지' 정책, 교육부 부담 느껴
헌법재판소 '일부 위헌' 결정, 자사고 폐지 교육감 손으로
교육청, 재지정평가 통해 자사고 존폐 결정하기로




헌법재판소가 자율형사립고(지사고)와 일반고 이중 지원을 허용하면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으로 꼽혔던 '자사고 폐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1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 중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제81조5항에 '위헌', 자사고를 일반고와 같은 후기학교(12월)로 배정한 제80조1항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6월 내린 효력정지 가처분결정과 같은 내용으로, 학생·학부모들은 지난해와 같은 전형으로 고교 입시 준비가 가능해졌다.

'자사고 폐지'는 대통령 공약으로 내놓은 정책이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17년 11월 "자사고 의 우수학생 선점을 해소하고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겠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과 '고교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자사고와 일반고 동시 모집 및 이중지원 금지는 그 1단계에 해당되는 내용이었다. 교육부는 이중지원 금지를 시작으로 자사고 운영성과평가 강화,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고교체제 개편을 통해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1단계부터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헌재의 결정으로 자사고 폐지 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자사고 폐지는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도했던 정책이었다. 김 전 장관이 1년 3개월 만에 물러난 가운데 새롭게 부임한 유은혜 부총리는 "본래 목적대로 하고 있는 자사고는 평가 기준에 맞게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교육부가 '자사고 폐지' 공약에서 한 톤 낮춘 태도로 전환한 가운데,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여전히 자사고 폐지 기조를 보이고 있다. 헌재 결정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비판적인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재지정평가를 받는 자사고부터 평가기준을 강화해 존폐를 결정한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헌재의 결정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의 견해 차이가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난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건 올해 당장 고등학교 원서를 써야 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일단 헌재 결정은 동시선발권은 합헌으로 보고 이중지원금지 조항만 위헌으로 본 것으로, 자사고들이 희망해 온 우선선발권은 부활에 실패하고 동시선발을 기본으로 하는 현 고교 입시 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자사고 희망 학생은 1지망을 자사고로 두고, 2지망부터 일반고를 선택하면 된다. 특히 과학계열 고등학교를 희망할 경우 영재고, 과학고, 자사고, 일반고 등 총 4회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서울 학교는 경희고·동성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이화여고·중동고·중앙고·한가람고·한대부고·하나고 등 13개 자사고다. 중3 학생들을 위한 입시요강이 7월까지는 나와야 하는 만큼 오는 6월까지는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오리란 관측이다.

다만 탈락 학교들은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원자 스스로 세심하게 동향을 체크해 지원 여부를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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