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
거래소, 불법피라미드·유사수신 놀이터 전락
"정부 관리감독 있어야 추가피해 방지"
"전국에서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에 피해를 입었다는 분들의 연락이 옵니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20대 청년부터 의사, 회계사, 교사, 은행원까지 거래소 공지사항을 믿었다가 피해를 입더군요. 정부가 빨리 손쓰지 않으면 정말 피해가 커질 겁니다."
지난 11일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사진)는 "불법 피라미드·유사수신 범죄를 저지르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너무 많다"며 정부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회 간사이기도 한 박 변호사는 현재 10여건의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문제가 된 거래소 올스타빗 신모 대표의 부동산 가압류 판결을 받았다. 박 변호사는 "신 대표는 '바지 사장'이다. 책임을 져야 할 올스타빗 실소유주는 따로 있다"고 진단했다.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김모 매니저의 재산을 추적 중인 그는 "이런 식이다. 올스타빗 관계자들이 새로 설립한 키브리오빗은 신 대표의 비서가 새 대표로 취임했다"면서 "거래소들의 바지 사장 문제가 심각하다. 책임질 사람은 뒤로 숨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앞에 세운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되는 거래소들의 영업 행태로는 △출금 거부 △자금 세탁 △허위 공지 등을 꼽았다. 박 변호사는 일부 거래소는 "입금액의 몇 %를 더 준다는 이벤트를 하거나 다른 거래소보다 암호화폐 가격을 높게 설정해 현금과 암호화폐 입금을 유도한다. 처음에는 수익을 내게 하다가 어느 순간 출금을 막아버리는 '기획 사기'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사, 회계사, 교사 등도 이러한 수법으로 수억원대 피해를 입어 그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자금 세탁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대형 거래소에서도 모네로, 대시, 제트캐시 같은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상 거래를 탐지할 인력도 충분치 않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기존 금융기관 수준의 전담 모니터링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가 특정 가격에 암호화폐를 사들이는 '바이백' 공지를 하고 이행하지 않거나 시세를 조작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암호화폐 입출금을 막고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가두리 펌핑' 역시 사기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그는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 등을 도입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고, 인가를 받으면 원활한 운영을 보장하되 해킹 또는 운영상 과실로 이용자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 배상을 의무화하는 접근법이다.
박 변호사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이 모두 자기 관할이 아니라며 방치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당국이 현실을 안일하게 인식하는 면이 있다. 나 역시 대통령직속 특별감찰관실에서 근무할 땐 그랬지만 현장에 와보니 훨씬 상황이 심각하다"며 "규제가 없으니 불법 피라미드·유사수신 전과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세우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정부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재차 촉구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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