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님.
먼 곳에서 들려온 비보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먹먹함이 밀려옵니다.
회장님께서는 대한민국의 길을 연 선도적인 기업가였습니다. 45년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황무지에 불과하던 항공·물류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으셨습니다. 평생 실천하신 ‘수송보국(輸送報國)’ 정신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물류 선진국이 됐습니다.
회장님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민간 외교관이었습니다. 작년 10월 한미재계회의를 주재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양국 간 굳건한 동맹과 경협의 중요성을 열정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편치 않은 몸이셨을 텐데, 내색 한번 하지 않으시고 회의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회장님은 나라와 국민이 무엇보다 우선이었던 애국자였습니다. 2009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았을 때 거의 모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만나 평창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셨습니다. 지구를 16바퀴 도는 그 열정 덕분에 평창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은 문화와 스포츠를 사랑하신 예술가였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프랑스 루브르 등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성사시키셨습니다. 대한체육회, 대한탁구협회 등을 이끄시면서 국민들이 쉽게 스포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언젠가 한진(韓進)그룹의 사명이 ‘한민족의 전진’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시던 때가 생각납니다. 나라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사명이 지어졌다는 말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묵묵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주셨던 회장님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회장님께서는 떠나셨지만 회장님의 뜻은 우리 경제인들의 가슴 속 깊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부디 힘겨웠던 세상의 짐과 걱정 다 잊으시고 편하게 잠드시기 바랍니다.
허창수 <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