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도 살아남을 자유 보장해야"
"사학의 자율성도 공익"
낙태죄·자사고 위헌심판서
파격적 소수의견 제시
[ 신연수 기자 ]
6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18일 퇴임하는 조용호 헌법재판관(64·사법연수원 10기·사진)의 ‘자유주의’ 소신이 법조계 안팎에서 화제다. 조 재판관은 낙태죄 위헌 심판에서 합헌 의견을 밝히는 등 ‘자유주의’에 기반한 각종 소수의견을 고수해 주목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낙태죄 위헌 심판에서 조 재판관은 이종석 재판관과 더불어 합헌 의견을 밝히며 ‘태아의 살아남을 자유’와 ‘여성의 출산 및 양육의 자유’를 강조했다.
조 재판관은 결정문을 통해 “우리 모두 태아였다”며 “(낙태 허용 논리를 적용하면) 훗날 우리조차 다음 세대의 불편요소로 전락해 안락사, 고려장 등의 이름으로 제거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태 허용이 양육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남성에 의해 악용되는 등 임신한 여성에 대한 낙태 요구나 압박이 거리낌 없이 행해질 것”이라며 “초기 페미니스트들이 낙태에 반대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자율형사립고와 일반고 이중지원금지·동시선발 규정 모두가 위헌이라고 한 재판관 다섯 명 중 한 명인 조 재판관은 마찬가지로 사학 운영의 자유를 강조했다. 조 재판관은 “해당 조항으로 인해 학생들이 자사고 지원을 기피해 학교 법인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자사고를 통한 고교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 수월성 등도 보호해야 할 공익”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조 재판관의 소신은 이전 결정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2016년 성매매처벌법 위헌 심판에서 재판관 중 유일하게 성판매자와 성매수자 모두에 대한 처벌을 반대했다. 당시 결정문에서 그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성인 간의 자발적 성매매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형마트 영업 일수와 시간을 규제한 유통산업발전법 조항에 대한 심판에서도 “국가의 개입은 시장의 불공정성을 제거하는 데 그쳐야 하고 경쟁 자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 재판관에 대해 “정치적 진보·보수의 구분으로 분류가 되지 않는 자유주의자”라고 평가했다. 건국대 법대를 졸업한 조 재판관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추천으로 헌재에 입성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