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봄바람
실적에 쏠리는 눈
[ 최만수 기자 ]
국내 주식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를 딛고 비교적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11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돌아왔다. 글로벌 무역전쟁, 미국의 장·단기 국채 간 금리 차 역전 등 위기설을 뒷받침했던 대외 변수들도 차츰 정리되는 분위기다. 주변이 안정되면서 시장의 눈은 다시 기업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1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화장품, 자동차, 미디어 등 실적 개선주로 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화장품, 위안화 강세 수혜
코스피지수는 12일 9.01포인트(0.41%) 오른 2233.45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11거래일 연속 오른 것은 2009년 7월(14~28일) 이후 약 10년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2447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63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화장품 업종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4000원(1.23%) 오른 33만원에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의 고속 성장에 힘입어 1분기에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거둘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22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9.9%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추정치는 3개월 전보다 24.6% 높아졌다. 허제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디비치는 작년 매출 1224억원을 기록했는데 지금 판매 속도라면 올해 3000억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장품은 1분기 실적 시즌의 ‘진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전망치가 있는 국내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 298곳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4조5486억원으로 작년보다 28.7%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화장품 업종에는 실적 개선주가 수두룩하다. 한국콜마를 비롯해 중소형주인 클리오, 연우 등의 1분기 실적도 뚜렷이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례적인 중국 위안화 강세,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면세점주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엔터 3사 영업이익 43% 증가
이른바 ‘승리 사태’ 이후 부진했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관련주도 실적 시즌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3대 기획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추정치 평균)는 194억원(에스엠 87억원, JYP 69억원, 와이지 3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3.3%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기준으로도 3대 기획사의 영업이익은 1302억원(에스엠 608억원, JYP 448억원, 와이지 246억원)으로 51.5%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터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도 높아지고 있다. JYP의 1분기 ROE는 4.62%로 전년 대비 2.47%포인트, 와이지의 ROE는 1.60%로 작년보다 0.93%포인트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에 제이콘텐트리(1분기 영업이익 전년 대비 136.6% 증가), CJ ENM(71.8% 증가)의 실적 개선도 뚜렷할 것으로 분석된다. 유성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등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다른 업종들에 비해 K팝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지금 당장 실적으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실적 시즌마다 어닝 쇼크를 보였던 자동차주도 오랜만에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783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5.0%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자동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4211억원으로 38.84%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 호조와 국내외 공장 가동률 상승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자동차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발표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