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브릭 소품숍 '쏘잉싸롱' 대표 조미성
인형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대학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했는데 적성에 맞았다. 졸업한 뒤엔 경기 안양에 있는 완구회사 미미월드에서 10년간 일했다. 인형 의상, 동물 봉제 작업을 포함한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제주도 귀촌을 결심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회사 생활의 반복을 깨뜨리고 싶었다. 내 힘으로 나만의 생활을 움직이는 삶. 제주에서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제주시 한경면에서 패브릭 소품숍 쏘잉싸롱을 운영하는 조미성 대표(사진)의 이야기다. 그는 평소 제주의 밤바다 위로 떠오른 하얀 달, 바닷물에 비친 별빛과 함께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고래를 자주 상상했다. 그 상상 속 고래를 모빌 인형으로 제작해 뒀다. 조 대표는 “퇴사를 앞두고 제주에서 어떤 작업을 할지 준비하던 중 문득 고래 모빌이 생각났다”고 했다.
2015년 남편과 함께 제주로 이주한 그는 살림에 약간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 벨롱장 등 제주에서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장터(플리마켓)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마침 제주도에선 이주민을 중심으로 제주를 상징하는 새로운 소품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던 시절이다.
오프라인 가게를 차린 이유는 단순하다. “제주의 서쪽 외곽인 한경면 고산리에 터를 잡고 살았어요. 집 한쪽을 작업실이자 공방으로 꾸몄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집으로 찾아오는 거예요. 상품을 보고 고래 모빌도 구입하고 싶다는 겁니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소품가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리고 지난해 가을 환상숲 곶자왈 근처에 가게를 열었습니다.”
귀촌한 뒤 가장 크게 걱정한 건 이웃과의 관계라고 했다. 그는 이웃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눴다. 첫 번째는 물리적으로 붙어있는 이웃사촌들이다. 이사 온 직후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인사를 했다. 이젠 이웃들이 가끔 농사지은 작물을 나눠주는 관계가 됐다고 했다. 두 번째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주민이다. 아무래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라 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종종 만난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사는 동네는 다르지만 여러 계기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다.
유행에 따라 매장만 예쁘게 꾸미면 된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소품가게를 시작한다면 말리고 싶다고 했다. “제주도엔 소품숍이 이미 너무 많아요. 후발주자에겐 디자인 개발도 상품 매입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핸드메이드 상품은 생산량에 한계가 있고 인기 디자인 상품은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입점을 제한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어요.”
FARM 차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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