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11일(18:3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문재인 정부들어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잇달아 대규모 주식투자와 불공정 거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당국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야당의 거센 공세로 인해, 청와대에서 추천한 인사의 위법성을 입증해야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선 금융감독당국이 헌법재판관 칼잡이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사진)는 남편 오충진 변호사와 함께 호재성 정보를 사전에 알고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상태다. 이들은 총 재산 중 83%인 35여억원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OCI그룹 계열회사인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보유 주식이 전체 재산의 절반을 넘는다. ’판사는 부업이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야당에선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가 1대, 2대 주주로 있는 열병합 발전기업 군장에너지의 기업공개(IPO) 추진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한 보험회사가 이테크건설을 상대로 낸 피해보상 민사소송을 맡아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만약 야당의 주장이 맞다면, 미공개 정보 이용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이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후보자 부부에 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 혐의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의뢰하면 조사에 착수해야한다.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야당 공세가 더 거세져 불공정 거래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밟게 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과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금융위에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에 대한 조사 의뢰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이 후보자의 미공개 정보 혐의를 입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후보자는 “남편이 다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후보자의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선 이 후보자가 직접 사고 판 것이 확인되거나, 남편이 거래했더라도 이 후보자 스스로 자신의 계좌로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하면 판사가 평일 업무시간에 1000회 넘게 매매를 할 수 있는 물리적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서 “남편과 짜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했더라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7년 헌법재판관 후보로 올랐다 대규모 주식투자로 제재를 받게 된 이유정 변호사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는 평가다. 이 변호사는 본인이 직접 사고 판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당시 이 변호사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비상장 상태였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샀다가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야당의 공세에 따라 조사에 착수,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지난달 이유정 전 후보자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