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속도 빨라져도 콘텐츠는 그대로
최적화 작업 완료, 체감 차이 크지 않아
5G 활용도 높다는 'VR 게임'
하드웨어·콘텐츠 개선 필요
"5G 알리기 위한 이통사 마케팅 불과"
데이터 전송속도가 LTE 대비 20배 빠른 5G 시대가 왔다. 국내 이통3사가 지난 3일 밤 11시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5G 가입자는 15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5G는 빠른 속도를 뜻하는 '초고속', 데이터 지연 시간이 줄어든 '초저지연', 기지국 하나로 반경 1km에 있는 100만개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초연결성'이 특징이다.
이통사들은 5G 서비스가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게 바꿔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대표 콘텐츠로 게임을 내세웠다. e스포츠를 VR(가상현실)·AR(증강현실)로 실감나게 즐길 수 있고, VR 게임처럼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콘텐츠도 5G를 통해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서버에 저장된 게임을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클라우드 게임'도 5G로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빠른 속도의 인터넷에 연결돼 있기만 하면 하드웨어 성능에 상관 없이 고사양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하지만 정작 게임업계는 이통사의 5G의 게임 활용방안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게임 콘텐츠 자체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5G가 도입됐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의미다. 중견 게임사 간부는 "모바일 게임이 그나마 통신 속도가 중요한데, 현재 나온 대부분의 게임들이 최적화 작업을 마친 상태다. 데이터 속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게임의 본질은 콘텐츠에 있다. 데이터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5G 게임으로 강조하는 VR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하드웨어와 콘텐츠 개선없이 통신 속도만 빨라지는 건 아무런 의미 없기 때문이다. 개발스튜디오 관계자는 "VR 게임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불편한 하드웨어와 제한된 콘텐츠 때문이지 데이터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같은 이유로 "게임을 다운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플레이한다고 게임이 더 재밌어질 순 없다"고도 지적했다. 미묘한 속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유저들이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5G를 통해 e스포츠 같은 '보는 게임'이 인기를 끌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게임의 본질은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통사가 강조하는 '5G를 통한 게임 생태계 확장'은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5G의 효용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즐겨하는 게임을 끌어온 것"이라며 "5G 상용화로 게임산업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진 않다. 결국은 콘텐츠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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