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한국당 17명 '노조 견제법' 발의

입력 2019-04-11 17:46
"비대해진 노조 권력 제동"
한국당 "4월 국회서 심사 시작"



[ 하헌형/김소현 기자 ]
자유한국당은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일명 ‘노조 견제법’을 11일 발의했다. 현 정부 들어 비대해진 노조 권력을 법적으로 견제해 기업의 경영 여건 악화와 일자리 감소를 막겠다는 취지다.

한국당 “사업주 영업권도 보장해야”

추경호 의원 등 한국당 소속 의원 17명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일부 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노조의 쟁의행위(파업)로 조업이 중단됐을 때 해당 사업과 무관한 근로자나 파견 근로자를 고용(대체근로)할 수 있도록 했다. 대체근로는 파업 때 사측이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 수단 중 하나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선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전면 금지하고 있다.

추 의원은 “현행법은 ‘노조 보호’에 방점을 둔 나머지 사업주에게 보장된 영업·조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과 사업주의 영업권을 대등하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0년간 430회가 넘는 파업을 벌였다. 회사 측 분석에 따르면 파업에 따른 누적 생산 차질은 물량으로는 52만9000대, 금액으로는 9조7000억원에 달한다.

개정안에는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파업 때 생산 관련 시설과 전기통신설비 등 일부 시설에 한해서만 노조 점거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독일, 영국 등에선 사업주의 재산권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파업 시 사업장 점거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또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할 때 파업 기간을 사전에 공지하고, 투표일로부터 4주 이내에 파업을 하도록 했다. 추 의원은 “사업장 운영에 대한 사업주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담겼다.

ILO 협약 핵심 법안과 함께 논의

이번 개정안은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현행법을 개정해 달라’는 경제계 요구도 반영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업주에게 민사 책임만 지우고 있다. 추 의원은 “한국 노조는 사업주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017년 기준으로 노조가 사업주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고발한 사건의 기각·각하율은 81.1%에 이른다. 노조가 그만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당은 이르면 4월 임시국회에서 노조 견제법에 대한 심사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당이 작년 말 발의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같이 올려 놓고 심사를 벌일 것”이라고 했다.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 작년 12월 28일 발의한 이 개정안은 해직자·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해주는 게 골자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다. 추 의원은 “노조 편으로 기울어져 있는 현행 노동조합법을 바꾸지 않고서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기업의 투자 확대와 경제성장도 요원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에 끌려다니다시피 한 여당이 경영계 요구사항이 반영된 노조 견제법을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등은 올초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도 논의됐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환노위에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및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등 처리가 시급한 법안도 걸려 있어 노조 견제법에 대한 심사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