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 스타트업에 수백억 투자 몰린다

입력 2019-04-11 17:42
수정 2019-04-12 11:45
빅데이터로 상품 골라주고
모바일로 원스톱 서비스 하니…


[ 김남영 기자 ] 지난달 3박4일간 일본 오사카 여행을 혼자 다녀온 이세정 씨(28)는 앱(응용프로그램) 두 개로 모든 여행준비를 끝냈다. ‘마이리얼트립’과 ‘트리플’이다. 마이리얼트립으로는 오사카 교통권 등 티켓을 구매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트리플로는 여행 일정을 짰다.

이씨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녀야 하는 패키지여행이 싫어 피곤하더라도 일일이 계획을 짜는 자유여행을 해왔다”며 “자유여행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많아져 훨씬 쉽게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자유여행 스타트업 매출·투자↑

이씨처럼 자유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자유여행을 비즈니스 모델로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세종대·컨슈머인사이트의 ‘2018~2019 해외여행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여행객 중 자유여행객 비율은 2017년 56.4%에서 2018년 59.2%로 2.8%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추세와 관련 스타트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수백억원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숙박에서 액티비티(체험형 상품)까지 발을 넓힌 야놀자는 지난 2월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2000억원을 유치했다. 기업 가치를 1조원 넘게 평가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매출은 1885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87.5% 증가했다.

모바일 해외여행 전문인 트리플은 지난달 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받아 누적 투자 유치액이 420억원으로 늘었다. 2017년 설립된 트리플은 서비스 출시 1년6개월 만에 가입자 3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1월 170억원, 와그트래블은 지난해 80억원을 투자받았다.

여행 스타트업의 호조는 기존 여행사의 수익 악화와 비교된다. 대형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8억원에 그쳤다. 1년 전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중소업체인 더좋은여행, e온누리여행사 등은 도산했다.

빅데이터 활용·모바일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자유여행객 입맛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서비스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하고 있다. 트리플은 여행 관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계 도시여행 정보를 여행자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제공한다. 앱에서 여행날짜와 숙소만 입력하면 아침엔 주변의 브런치 식당을 추천하고, 비오는 날엔 주변의 실내 관광지를 추천하는 식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호텔 숙박비를 비교하고, 항공권 발권 서비스의 데이터를 분석해 투어와 액티비티 상품을 추천한다. 글로벌 항공권 가격비교 서비스 ‘스카이스캐너’의 최형표 한국 총괄을 항공기획 총괄로 영입한 배경이다.

데이터를 이용해 자체 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와그트래블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핑크시리즈 투어’는 직접 투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만든 상품이다.

스타트업들은 여행자들이 현지에서 포켓와이파이,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스마트폰 사용이 잦다는 점도 주목했다.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에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숙소 예약부터 항공권·액티비티 상품 구매, 일정관리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해 모바일 구매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액티비티 상품 등 전체 거래량의 약 20%가 여행지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모바일 앱 이용자”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한 스타트업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윤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팀장은 “천편일률적이고 쇼핑을 강요하는 패키지여행 대신 온라인 여행정보를 이용해 원하는 대로 여행을 즐기는 자유여행이 늘어나고 있다”며 “트렌드에 맞춰 상품을 선보이고 모바일 중심 서비스를 구성한 여행 스타트업이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저가 출혈 경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장성엽 KTB네트워크 부장은 “최저가 상품 제공에 집착하기보다 기존 여행사와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