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원자력 발전

입력 2019-04-11 16:14
수정 2019-04-11 16:16
美원전 3분의 2가 조기 폐쇄
천연가스로 대체될 위험 처해

제임스 핸슨 < 미국 컬럼비아대 기후과학연구소장 >
마이클 셸랜버거 < 환경진보 대표 >


[ 서욱진 기자 ] 많은 환경보호론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바꿨다. 태양과 바람에 의해 생산되는 에너지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원자력은 아직까지 미국의 가장 큰 청정 전력 공급원으로 남아 있다. 위험한 수준까지 다다른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자력 발전을 옹호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기를 생산하는 미국 원자력 발전소의 3분의 2가 조기 폐쇄되고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될 위험에 놓여 있다. 이렇게 원자력 발전소가 없어지면 4700만 대의 자동차가 도로에 더 다니는 양만큼 탄소배출량은 증가할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원자력 발전소 폐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기후변화에 대한 공화당의 회의론과 핵에너지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소 문제를 해결하는 공은 주(州)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오하이오주와 펜실베이니아주 의원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가동하자는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오하이오주는 청정에너지의 90%를 생산하는 두 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 펜실베이니아의 다섯 개 원자력 발전소는 미국의 모든 태양광 패널과 농장이 생산하는 양과 맞먹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핵에너지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키스톤 주(州)’ 청정 전기의 93%를 차지한다.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 원자력 발전소가 문을 닫고 천연가스를 태우는 시설로 대체된다면 1350만 대의 새로운 차가 도로에서 추가로 달리는 것과 같은 탄소가 배출될 것이다.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는 모두 합쳐 두 개의 원자력 발전소 폐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주에선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인디언포인트 발전소가 2021년 폐쇄되고, 캘리포니아주에선 산 루이스 오비스포의 디아블로 캐니언 발전소가 2025년 오프라인 상태가 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가뜩이나 2030년 목표인 ‘1990년 수준 이하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아블로 캐니언까지 문을 닫고 생산량의 절반을 천연가스로 대체한다면 목표 달성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코네티컷, 일리노이, 뉴저지, 뉴욕에서 의원들이 통과시킨 것과 비슷한 보조금만 준다면 원전 플랜트를 유지할 수 있다. 2017년 뉴욕 에너지규제 당국은 원자력 발전기에 1㎿h(메가와트시)당 17.34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주의 일부 민주당 의원과 천연자원방위협의회 등 환경단체들은 주 의회 의원들에게 핵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6년 뉴욕과 일리노이주에서는 원자력 보조금을 풍력 및 태양광에 대한 보조금과 결합해 통과시켰다. 하지만 재정에 대해 보수적이고 재생에너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오하이오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이런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곳이 원자력을 반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국석유협회는 오하이오주와 펜실베이니아주의 원자력 발전소를 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걱정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들이 원자력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는 것은 곧 천연가스가 생산하는 것보다 낮은 전기 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하이오주와 펜실베이니아주 모두 천연가스로 대체되고 있는 석탄으로부터 여전히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석탄과 원전이 모두 가스로 대체될 경우 소비자는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가스 발전사에 의한 가격 인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환경론자들은 2013년 문을 닫은 캘리포니아 산오노프레 발전소와 이듬해 문을 닫은 버몬트 양키 원자력 발전소의 생산량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천연가스로 대체됐고,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도 늘어났다. 지금 풍력발전소가 지어지는 속도를 보면 474년 후에야 버몬트 양키 원자력 발전소가 생산하던 전기를 충당하게 될 것이다.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전이 문을 닫을 때마다 태양열이나 바람, 배터리 발전소가 아니라 석탄 혹은 천연가스 플랜트가 들어선다. 태양과 바람은 원전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또 핵처럼 그 자체로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니다. 댐이나 배터리 같은 동력원을 갖춰야 한다. 이 또한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캘리포니아, 뉴욕,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가동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들 주지사는 최근 몇 년간 워싱턴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더 많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제는 개별 주에서 먼저 원자력 발전소를 유지하는 조치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만약 주지사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깨끗한 에너지의 중요 원천인 원자력 발전소를 보존하려고 할 것이다.

원제:The Climate Needs Nuclear Power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