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전인데...국내산 삼겹살 몸값 벌써부터 '급등'

입력 2019-04-11 10:29

국내산 돼지고기 몸값이 두 달새 급등세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아시아까지 번지면서다. 특히 ASF로 큰 피해를 입은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돼지고기 수입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내달부터 시작될 국내 나들이 수요까지 겹치면 값이 더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돼지고기(지육)는 경매시장에서 kg당 전국 평균 4738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월 중순(2900원대)과 비교하면 약 63% 뛴 가격이다.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올랐다. 공급량 증가로 kg당 2000원대까지 내려갔던 돼지고기는 지난달 3000원대를 거쳐 4000원대까지 빠르게 올라섰다.

사육 마릿수 증가로 안정세를 나타내던 국내산 돼지고기 값이 이처럼 가파르게 뛰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ASF 확산과 관계가 깊다는 설명이 힘을 얻는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에서만 발생했던 ASF가 지난해부터 연초에 걸쳐 중국·몽골·베트남·캄보디아 등 아시아권에도 발병하면서 사육두수가 급감했다. ASF는 치사율이 100%인데다 아직 백신이 없기 때문에, 유입되면 살처분 외에는 방법이 없다.

특히 돼지고기값 급등에 불을 지핀 건 중국이다. 지난해 8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ASF가 발생한 중국은 불과 3개월 만에 바이러스가 전역으로 퍼졌고, 6개월 만에 사육두수가 5년 전의 절반으로 급감했다.

돼지고기가 주식인 중국에서 ASF로 자국 내 돼지고기의 소비를 꺼리고 수입산을 찾게 되면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더 부채질 할 수 있다. 실제 베트남에서는 ASF가 발병한 이후 베트남산 돼지고기값이 발병 전보다 40%가량 급락했다.

전 세계적인 돼지고기 '품귀' 현상으로 인해 국내서도 돼지고기 수입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난 돼지고기 수입량은 지난달 20% 감소로 돌아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의 수입 증가로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해 국내로의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내달부터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나는 나들이철까지 겹치면 소고기보다 삼겹살이 더 비싸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날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삼겹살(도드람한돈)은 100g에 3080원으로 같은 중량의 호주산 소고기(샤브샤브용 2780원, 홍두깨 2980원)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이 관계자는 "4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전 세계적인 돼지고기값 상승으로 14% 감소할 전망"이라며 "ASF가 확산될 경우 수입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