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불안감 가시지 않는 아이돌보미 사업

입력 2019-04-10 18:00
노유정 지식사회부 기자 yjroh@hankyung.com


[ 노유정 기자 ] “정부가 운영한다길래 믿고 맡겼는데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봐준 날에는 아이가 밤에 이유 없이 울 때가 많았거든요.”

생후 14개월 된 영아를 학대한 혐의로 지난 8일 구속된 아이돌보미 소식에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부모들의 우려 섞인 사연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 등에 여성가족부가 보모를 직접 선발해 집으로 보내주는 사업이다. 정부가 운영하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가 높다. 아이돌보미는 2014년 1만7208명에서 지난해 2만3675명으로 늘어났고, 이용 가구도 5만4362곳에서 6만4591곳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아이돌보미를 3만 명, 이용 가구 수를 9만 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적 성장만 놓고 보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아이돌보미 업무 관련자들의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정부가 아이돌보미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해 인력 선발과 관리에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기나 어린이들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돌보미의 자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전과가 없다면 80시간의 교육과 10시간의 현장실습만으로 부모를 대신해 양육을 담당할 수 있다. 아동학대 관련 교육은 2시간에 불과하다.

아이돌보미 모집 등을 담당하는 한 건강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상당수 지원자들이 직업정신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교육을 끝낸다”고 털어놨다.

논란이 커지자 여가부는 아이돌보미 선발 과정에 인·적성 검사를 도입하고 이달 말까지 아동학대 예방 특별교육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센터 관계자는 “이미 활동 중인 아이돌보미는 연 16시간의 보수교육을 받으면 되는데 여기에도 아동학대 관련 내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센터 관계자는 “대상 아동 연령대가 영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데 교육이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성과를 내려는 정부의 뜻은 충분히 알겠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으면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들의 걱정은 사라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