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하역·청소·재고관리
자동 컨베이어벨트도 늘려
[ 김현석 기자 ]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로봇을 대폭 늘리고 있다. 로봇에 물품 하역부터 청소, 재고 관리까지 맡기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서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7100원)로 올리라고 압박하자 전방위적 자동화로 대응하고 나섰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미국에서도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자동화’로 대응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올해 최소 300개 매장에 선반을 검색해 모자라는 재고를 찾아내는 로봇을 도입하기로 했다. 자율로봇업체 보사노바가 개발한 이 로봇은 선반의 이미지를 찍은 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품별 위치, 가격, 품절 상태 등을 분석해낸다.
월마트는 또 지난해 시범 운용을 끝낸 바닥청소 로봇을 올해 1500개 지점에 배치해 활용하기로 했다. 트럭에서 하역할 때 제품을 자동으로 스캔하고 분류하는 스마트 컨베이어벨트도 지난해 대비 2배 수준인 1200곳으로 확대한다.
미국 내 4600개 매장이 있는 월마트는 이런 로봇들을 도입하면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하면 매장별 하역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을 기존 8명에서 4명으로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바닥청소 로봇은 매일 2~3시간씩 소형 청소차량을 몰던 직원의 근무를 대체할 수 있다. 월마트는 직원들의 반발을 고려해 기존 매장 직원을 훈련해 전자상거래 등 신규 사업 분야에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4만 명은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작업에 배치한다. 마크 프로페스 이사는 “자동화를 통해 직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업무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최저임금 15달러 압박
월마트가 이처럼 로봇을 대폭 늘리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압박 때문이다. 미국에선 지난 몇 년간 민주당,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재작년부터는 샌더스 의원을 중심으로 저임금 직원을 많이 쓰는 유통업계에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작년 9월 ‘스톱 베이조스 법안’을 발의했다. 아마존을 목표로 한 이 법안은 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 노동자가 정부의 공공부조를 받을 경우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이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0월 압박에 항복하고 11월부터 미국 직원들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10~12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했다.
샌더스 의원은 작년 11월부터 월마트 공격에 나섰다. 직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이 시간당 임금을 최소 15달러로 정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스톱 월마트 법안’을 발의한 것. 월마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감세 직후인 작년 1월 최저임금을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한 이후 아직 버티고 있다. 해당 직원이 150만 명에 달해 인건비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마트는 아마존과 경쟁하면서 전자상거래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타깃·코스트코도 줄줄이 인상
민주당은 지난 1월 연방 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7.5달러에서 2024년까지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지난달 하원 교육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월마트에 최저임금 폭풍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경쟁 유통업체인 타깃은 지난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5달러로 올리겠다고 물러섰다. 코스트코는 3월 미국 직원의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렸다.
이날 미국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앞으로 2년 안에 시간당 최저임금을 2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최저시급 15달러를 다음달부터 17달러로 올리고 내년에도 순차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변화하고 있는 정치 흐름에 대형 은행들이 얼마나 순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