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수지, 올들어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입력 2019-04-10 17:38
공공일자리 조기 집행
1~2월에만 25만명 고용


[ 성수영 기자 ] 올해 1~2월 정부 재정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조기 집행하면서 지출이 급증했지만 세수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세수호황’이 끝났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 따르면 1~2월 국세수입은 49조2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00억원 줄었다. 올해 세수 목표액 중 실제로 걷힌 세금 비율을 뜻하는 세수진도율도 16.7%로 1년 전보다 1.9%포인트 낮아졌다. 기재부는 “올해부터 부가가치세에서 지방소비세로 빠져나가는 비중이 종전 11%에서 15%로 커지면서 국세 수입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서 세수가 줄었다. 소득세는 1~2월 17조6000억원이 걷혔다. 작년(16조9000억원)보다 6000억원 넘게 늘었다. 기업이 지난해 2월 지급했던 설 상여금을 1~2월에 나눠 지급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부가가치세는 1~2월 14조9000억원이 걷혀 작년(15조7000억원)보다 9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수출 호조로 수출과 설비투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액이 작년보다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1~2월 관세 수입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입 감소 등으로 작년보다 2000억원 줄어든 1조4000억원에 그쳤다.

반면 정부 지출은 급격히 늘었다. 정부 지출예산 집행 실적을 보면 올해 주요 관리대상사업 291조6000억원 중 2월까지 집행된 금액은 60조3000억원으로, 계획보다 10조4000억원이 초과 집행됐다. 정부가 노인일자리 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연초에 지출이 집중됐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올해 전체 노인 일자리 사업 목표치(61만 명)의 40%를 1~2월 고용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출 급증과 세수 감소가 겹치면서 재정수지는 급격히 악화됐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2월 기준 11조8000억원 적자였다. 국가의 실질적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도 16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세수가 줄면서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악화로 법인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부동산 경기가 최근 얼어붙으면서 양도소득세 세수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세수 여건은 나빠지는데 예산지출을 과도하게 늘리면 재정 부담이 커지고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돈 풀기가 끝난 뒤 그 뒷감당은 미래 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부는 ‘세수 펑크’ 우려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2월의 세수 진도율 등을 보면 일부 진도율이 다소 미진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재정분권으로 부가가치세 세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고 법인세 소득세 등이 본격적으로 걷히기 전이라 연간 세수 부족을 우려하기에는 시기가 조금 이르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