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고비용 마케팅 개선방안'
신규발급 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 강경민/김대훈 기자 ]
올 하반기부터 새로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소비자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 부가서비스 혜택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존 카드 발급자의 부가서비스 혜택은 당분간 유지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고비용 마케팅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으로 수수료율이 낮아져 카드사 수익구조가 악화된 것을 보전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다.
최 위원장은 “카드사 간 외형 확대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며 “과도한 마케팅비용이 카드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및 카드업계와 함께 지난 1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해 왔다. 금융위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크게 △고비용 마케팅 관행 개선 △카드사 수익원 다변화 △영업행위 규제 완화 등이다. 이 중 핵심은 카드 포인트와 마일리지 할인 등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이다.
자영업자 지원한다며 수수료 내려놓고…
카드사 손실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정부
금융위원회는 카드사의 경영실적 악화가 매년 증가하는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6조7000억원으로, 2015년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마케팅 비용은 가맹점 수수료 수익의 54.5%에 달한다. 이 중 포인트 및 마일리지 적립, 할인 등의 부가서비스 비용이 5조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과도한 ‘출혈 경쟁’ 막는다
금융위는 신규 카드상품을 대상으로 부가서비스 비용이 가맹점 수수료와 연회비 등 이익을 초과하지 않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를 지금보다 대폭 축소하거나 연회비를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기존 카드상품의 부가서비스 축소는 여론을 감안해 추가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은 약관 의무유지 기간(3년)이 지나면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부가서비스를 변경 또는 축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2016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허용해주지 않았다.
대형 가맹점과 법인회원에 집중된 마케팅 비용도 줄이기로 했다. 통신사와 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에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은 수수료 수익에 비해 최대 1.4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사가 ‘출혈경쟁’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법인회원에 결제금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연내 여전법 시행령에 반영하기로 했다. 대형 가맹점에 대한 사내복지기금 출연 및 해외여행 경비 제공 등 부당한 현금성 보상금 제공도 금지하기로 했다.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 볼 수도”
금융위는 카드사의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조회업의 겸영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카드사가 취급할 수 있는 렌털(B2B) 품목 제한을 없애고, 리스자산 잔액 범위 내에서 취급을 허용할 방침이다. 카드사의 핵심 요구사항이던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배율 확대는 가계부채 확대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전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자기자본의 6배 이내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 일부 카드사는 이 비율이 거의 한도에 도달했다. 금융위는 대신 레버리지 배율을 계산할 때 총자산에서 빅데이터 신사업 관련 자산과 중금리대출 자산을 제외해주기로 했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카드사 사장은 “자영업자 지원을 명분으로 잇따라 수수료율을 인하했음에도 이 손실을 카드사가 알아서 보전하라니 말이 되느냐”며 “카드업계에선 이미 체념하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카드사 사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 취지가 무색해 보일 만큼 실망스럽다”며 “레버리지 배율에서 중금리대출을 빼주겠다는 것도 흉내만 냈을 뿐 바뀌는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드업계는 정부가 카드사 경영 악화의 원인을 잇단 수수료율 인하가 아닌, 마케팅 비용 관행으로 지적한 것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카드업계가 마케팅 경쟁에 의존해 회원을 유인하고 가맹점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구태에 머문다면 도도한 시대 흐름에 휩쓸려 도태되는 비극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버리지 배율 확대 등 수수료 수익 감소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한 카드사의 요구사항이 사실상 거부되면서 신규 카드상품의 부가서비스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경민/김대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