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한진家…조중훈 창업주 아들 넷 중 막내만 건재

입력 2019-04-08 17:40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앞서
셋째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별세
둘째 조남호 한진重 회장 경영권 상실


[ 박상용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타계하면서 ‘한진가(家)의 수난사’가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은 폐질환을 앓다가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폐가 섬유화돼 호흡곤란에 이르는 폐섬유화증으로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4남1녀 중 아들 셋이 시련을 겪었다. 셋째 아들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장남 조양호 회장에 앞서 세상을 등졌다. 둘째 아들 조남호 회장은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한진중공업의 경영권을 잃었다. 다른 형제들과 달리 넷째(막내)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건재하다. 이들 형제는 부친인 조 회장이 2002년 별세한 뒤 ‘형제의 난’을 겪었다. 재산 대부분을 대한항공과 정석기업에 상속한다는 조 회장의 유언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차남 조남호 회장과 사남 조정호 회장은 맏형인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내기도 했다. 재계에선 첫째와 셋째, 둘째와 넷째가 서로 우애가 깊다는 의미에서 ‘일삼이사’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형제의 난 외에도 시련은 잇따랐다.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2006년 폐암으로 별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무리하게 배를 빌려 사세를 확장하다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한진해운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7년 파산했다.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지난달 한진중공업 경영권을 잃었다. 해외 자회사인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의 부실 여파로 한진중공업이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졌다. 막내 조정호 회장은 물려받은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는 ‘빅5’ 손해보험사로 자리잡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