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한국시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70)이 미국 LA 병원에서 폐질환 등 숙환으로 별세한 가운데 한진그룹을 겨냥해 경영간섭에 나선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지분을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KCGI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소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칼의 10% 이상 주주인 KCGI는 지난달 18일 이후 이날까지 한진칼의 주식 약 46만9000주를 추가 매수, 보유지분이 기존 12.68%에서 13.47%로 늘었다. 추가로 매수한 주식은 모두 장내에서 시가로 취득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2만4000원~2만5000원대.
KCGI는 올해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에 '반대표'를 행사하며 경영간섭에 나섰지만, 완패했었다. 사내이사 연임 등이 일반결의 사항(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이라서 반대 진영이 기대하던 이변은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4월 현재 조양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약 29%, 2대주주인 KCGI가 약 13%, 국민연금이 7.3%로 3대 주주다.
금융업계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인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간 조 회장은 한진칼의 최대주주로서, 한진그룹을 지배해왔다.
2018년 말 기준으로 고(故) 조양호 회장은 지주사 한진칼 지분 17.84%를 가지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2.3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0%, 정석인하학원 2.14%, 정석물류학술재단 1.08%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합하면 28.95%다.
한진칼은 주요 계열사인 정석기업 48.27%, 대한항공 29.62%, 한진 22.19%, 진에어 60% 등의 지분을 보유해 이들을 지배하고 있다. 고 조 회장은 대한항공(보통주 0.01%, 우선주 2.40%)과 한진(6.87%) 등의 지분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은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조 회장의 한진그룹 보유주식은 유족에게 상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조 회장이 상속과 관련해 생전에 유서를 작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이사장 및 유족들의 상속 시 상속세 납부를 위한 보유주식 매도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속·증여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또 주식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 20~30%를 적용해 상속세율이 최대 65% 수준에 이른다. 상장기업의 상속세는 주식물납을 할 수 없다.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 보유주식의 상속 및 상속인의 상속세 납부 등의 과정을 통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조 회장은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반대'로 사내이사 연임이 좌절됐었다.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CEO에 올랐지만,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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